[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 1년이 되는 ‘윤석열 대통령 일장기 경례’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방송 후 6개월 이내에 민원이 접수돼 보존기관이 경과된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원 접수 시점을 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규정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법은 방송된 지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2일 KBS <사사건건> 2023년 3월 16일 방송분과 MBC <뉴스데스크> 2023년 3월 18일 방송분,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2023년 3월 16~17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KBS <사사건건>에 대해 '일장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이라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한일정상회담 비판' 집회를 다룬 보도에서 ‘윤 대통령 일장기 경례에 화가 났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를 전한 게 문제가 됐다.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서는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애국가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다른 논평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방통심의위는 <사사건건>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 전 절차인 ’제작진 의견진술‘을, <뉴스데스크>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또 방송소위는 일본 관련 빅데이터 여론을 분석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3년 3월 9일, 4월 7일 방송분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이들 보도 모두 방송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방송법 83조2항은 ‘방송 후 6개월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 방송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존기간에 대한 규정은 2014년 신설됐다.
방송심의규정 3조(적용범위) 2항은 ‘방송법 제83조제2항에 따른 방송프로그램의 원본 또는 사본 보존 기간이 경과 된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심의하지 아니 한다. 다만, 사업자가 허위의 사실을 방송하거나 사실을 명백히 왜곡하여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위원회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미디어스가 올해 방송소위 의결 사항(1차~8차)를 확인한 결과, 방송소위가 심의한 82건 중 방송된 지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은 20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 방송소위에서 ‘의결보류’가 결정돼 올해 재심의된 ‘바이든 날리면’은 제외한 결과다.
MBC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법정제재 경고 1건, 행정지도 2건에 의견진술 4건이 예고됐다.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2023년 2월 13일 방송분이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진행자가 윤미향 의원 수사 검사 이름을 나열하면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거론한 게 문제가 됐다.
이와 함께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인용한 KBS·MBC·JTBC·YTN 2022년 3월 7일 방송분을 1년 6개월여가 지난 2023년 9월 심의에 올려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은 같은 해 9월 4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와 관련해 “지금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말하자면 이것을 모니터하고 또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한 뒤에 쏟아졌다.
민원 중 다수가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친인적이 넣은 것으로 알려져 ‘민원 사주’ 의혹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유사한 시기에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관련 사안을 다룬 KBS, MBC, TBS 등의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가 진행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방송 후 6개월 이내에 민원이 제기되어 접수된 건”이라며 “방송심의규정 제3조 제2항의 보존기간이 경과된 방송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존기간 개정’ 논의에 참여한 방송계 인사는 미디어스에 해당 규정 신설 논의 당시 언론중재위원회의 규정을 참고했다며 ‘민원 접수 일자’를 보존기간으로 보는 방통심의위 사무처의 해석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반론·손해배상 청구 신청기간은 보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해당 인사는 “해당 규정은 2013년 방통심의위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편 2009년 방송에 대해 제재한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4년 전 방송분에 대해 심의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었으나 여권 추천 위원들이 다수결로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그는 “모호하긴 하지만 규정에 ‘원본 또는 사존 보존 기간이 경과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심의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으면 기준은 민원 일자가 아닌 방송 일자로 봐야한다"면서 "(방심위)저 해석대로면 민원을 접수받고 묵혔다가 심의해도 된다는 뜻인데, 그러면 민원 접수 며칠 내에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용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심의 규정은 ‘허위의 사실을 방송하거나 사실을 명백히 왜곡’한 경우에 한해 6개월이 넘은 프로그램에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2월 13일 방송분)의 경우 진행자의 논평에 대한 민원이며 ‘공정성’ 규정이 적용됐다. 행정지도 권고를 받은 SBS <두시탈출 컬투쇼>(2023년 2월 17일)는 품위유지, 양성평등 조항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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