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비위 의혹을 덮어두는 한 여권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보수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보수언론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한 대국민 사과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4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 <한동훈 약진이 與 성공 안 되는 이유>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어떤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있다. 세계 민주 국가에서 유례가 없을 것"이라며 "신년 회견조차 하지 않았는데 올해도 할지 안 할지 모른다고 한다. 안 한다면 할 말이 없고, 한다면 상황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양 주필은 "국민의힘은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신년 회견에서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서 받고 싶은 사과를 받고, 듣고 싶은 대책을 들으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30%대의 대통령이 총선의 주연으로 끝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썼다.
양 주필은 현재 국민의힘 총선 주연은 윤 대통령, 조연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실시된 각종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에 변화가 없고, 한동훈 개인에 대한 지지만 대폭 상승했다는 이유에서다. 양 주필은 "주연에 대한 지지가 낮은데 조연인 한 위원장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에게 신작로가 뚫려 있다면서 "다만, 윤 대통령이 총선으로 가는 신작로엔 김건희 여사 문제라는 관문이 있다. 그 문만 열면 넓은 신작로가 펼쳐진다"고 했다.
양 주필은 "그 신작로 옆에는 작은 샛길도 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기복 심한 샛길도 총선으로 갈 수는 있다고 하지만 중간에 좌초할 가능성이 더 높은 길"이라며 "어쩌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 해결 없이 이 샛길로 가도 총선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중략)하지만 국민은 신작로를 놔두고 굳이 샛길로 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같은 날 칼럼 <역사의 동력, 대통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올 수 있다>에서 "이달 중 윤 대통령이 가질 예정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멋지게 대신 사과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을 설치해 김 여사의 조용한 활동을 보좌하겠다고 밝힌다면, 모질지 못한 우리 국민은 김 여사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대기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 관련 특검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실수라고 본다"고 했다. 김 대기자는 측근은 가족이 아니고, 노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여야가 공조해 특검법을 재의결했으며, 노 전 대통령은 사과했다고 짚었다.
김 대기자는 "설령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국민은 권력을 위임한 바 없다. 공적 영역에 사적 관계를 앞세운다면, 그것도 일종의 부패"라고 했다. 김 대기자는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세일즈 외교'를 강조했지만, 국민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김건희 씨가 해외 순방길에 수십 명의 수행원을 대동해 명품샵을 방문하고,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이라고 했다.
또 김 대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비전 달성을 위한 개인적 희생을 주문했다. 김 대기자는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공정한 사회' '이념 카르텔 타파'를 강조한 데 대해 "장관 청문회만 봐도 ‘부모 찬스’를 누리고 또 물려주며 세습자본주의를 즐기는 얌체족이 수두룩했다"며 "검찰 출신 검피아·기재부 출신 모피아는 인사 회전문을 타고 공무원연금까지 받으며 몇 바퀴씩 해먹는 것을 전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기자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69년 대통령직을 사임할 때 대통령 연금조차 사양했다. 국가를 위한 봉사에 대가는 필요 없다는 신념이 있어서"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같은 유능하고 깨끗한 인선을 계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공직사회가 달라지고, 보수세력이 달라지고, 젊은 세대 눈빛이 달라지면서, 나라엔 새로운 활력이 넘쳐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각 정부부처 새해 업무보고를 정책 현장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민생토론회'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신년 기자회견에 관한 질문에는 "여러 가지로 국민 여러분과 어떻게 소통할지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3일 '민생토론회'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어 "‘민생’과 ‘개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주택, 일자리, 중소기업, 국민 안전, 돌봄, 교통, 의료개혁, 미디어정책, 저출산 대책, 에너지 정책 등의 주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4일 사설 <‘민생토론회’ 업무보고로 ‘신년 회견’ 대체해선 안 된다>에서 "(대통령실은)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3일까지도 분명한 방침이나 계획 없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업무보고 일정은 세세히 밝힌 대통령실이 정작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답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실무 준비는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민생토론회'는 생중계가 아닌 녹화 요약본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었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같은 해 11월 21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이후로는 언론의 질문을 받은 적도, 답한 적도 없다"며 "이것이 민주국가에서 정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더욱이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 해이고, 총선이 치러진다. ‘김건희 특검’ 등 국민이 대통령에게 답을 들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면서 "매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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