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형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봉합 모양새를 취하자 재난현장을 정치 무대로 활용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 표출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을 때 극적 화해를 하면서 평택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함께 조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2022년 1월 6일 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2년 1월 6일 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2년 1월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울산 화해' 이후 두 번째 갈등을 겪던 중 극적 화해를 이뤘다. 당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불화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싸이코패스" "양아치" 등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탄핵 결의를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모든 게 제 탓이다.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날 밤 극적화해를 이룬 두 사람은 이 대표의 전기차를 타고 평택에서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로 곧장 향했다. 이 대표는 "제가 당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운전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평택으로 모셔도 되겠나"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들고 박수를 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호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은 이 같은 소식을 '평택행 스케치'라고 공지했다가 삭제했다. 공보단은 "한 시간여 운행 동안 지난 2주일 공백을 일시에 메울 수 있는 참신한 선거전략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라며 "작은 이 전기차는 사실상 움직이는 선거대책본부였던 셈"이라고 했다. 해당 공지에 언론에서는 '참사 조문을 가는데 박수·환호가 터져 나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한 위원장과 함께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지 이틀 만이다. 

이날 한 위원장은 예정돼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현장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어깨를 툭 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현장점검을 마친 뒤 윤 대통령 전용열차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전용열차를 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서천시장 피해 상인들은 윤 대통령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항의했다. 언론이 전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상인들은 "VIP(대통령)가 온다고 해서 아침 7시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삶을 잃었으니까 살려달라고 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갈 수 있는 건가", "상인들도 안 보고 그냥 갈 거면 뭐하러 오신 건가, 불구경하러 왔나"라고 비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2일 밤 11시 8분경 시작된 화재로 시장 점포 227개 전포가 전소됐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쇼' '화해쇼'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천시장 화재 피해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의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대통령실은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사실인가?"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바뀐 서천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았다"며 "절규하는 피해 상인들의 울분과 상실감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알기나 하나"라고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 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도 정작 피해 상인들의 눈물을 외면한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해석을 부른다"며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허 최고위원은 "백번 양보해서 경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민생 현장이 아니라 용산 집무실에서 페이퍼 보고 제대로 받고 제대로 민심을 챙겨주시라"며 "현장 쇼통은 민생 복장만 터질 뿐"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큰불로 생활 터전을 잃은 시민들과 재해 현장을 정치적 '화해쑈'의 공간과 배경으로 활용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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