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2년 연속 건너뛰고 KBS와의 대담을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대담은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몰카 공작'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리스크' 질문이 나올까봐 겁이 나서 신년 기자회견을 피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단순 입장만 표명할 경우 총선 국면에서 '김건희 리스크'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다는 후문이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됐다"며 "신년회견보다는 대담 형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윤 대통령이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언급하게 된다면 당시 경위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강조해 접근해 몰래카메라까지 찍은 정치공작이자 범죄행위로서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대담 방송사로 KBS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기자단과의 '김치찌개 오찬', KBS 또는 KTV와의 단독 인터뷰 등을 검토했다. 윤 대통령이 진행한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25일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열어 ‘명품 백’ 등 국민에 답하라>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피하는 것도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올까봐 겁이 나서라는 걸 누가 모르겠나"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추문에 대해 한 번도 직접 이야기한 적 없다며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적 의혹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답할 책무가 있다. 여당만 틀어막으면 민심도 잦아질 거라는 착각에서 헤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충돌 봉합' 연출로 '김건희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여당 내 목소리는 잦아 들었지만 국민은 사과와 해명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위원장은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위원장은 24일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뭘 충분히 말씀드렸다는 건가"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 한 말은 '국민 눈높이' 정도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연루 사건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악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은 '공작에 당한 것'일 뿐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건희 씨가 수수한 명품백을 '대통령 기록물'로 규정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럼 갤러리아 명품관은 박물관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충재 전 한국일보 고문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김건희 명품백', 어설픈 설명으로 넘어갈 텐가>에서 "사과쪽보다는 김 여사가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김 여사에 대한 성역화만 더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 전 고문은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며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단순히 입장만 표명할 경우 여론의 반발이 더 커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칫 총선에서 '김건희 리스크'의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전 고문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어정쩡하게 화해하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여권의 가장 큰 약점이란 점이 드러났다"며 "여권의 의도대로 김 여사 명품가방 의혹을 총선까지 적당히 넘어간다 해도 언젠가는 더 크게 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됐다. 민주사회에서 어느 권력자도 비리 의혹이 '성역'으로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고승욱 논설위원은 24일 칼럼 <첫 단추는 신년 기자회견이다>에서 윤 대통령에게 기자들의 '무례한' 질문을 받으라고 제언했다. 고 논설위원은 "기자는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일을 악착같이 찾아내 온 세상에 알리고, 쏟아지는 험담에 화가 난 사람을 굳이 찾아가 '누구누구가 이런 말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직업"이라며 "이런 사람들 수십 명을 모아놓고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마련한 자리가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고 논설위원은 유럽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오노레 드 발자크가 기자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모든 일에 관여하고, 생각이 편협해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독설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 논설위원은 "'생각이 편협한' 사람들이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겠지만, 그게 국민들이 묻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고 논설위원은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함정'과 '수수'는 다른 사안이라고 인식하는 게 지금의 민심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명해야 한다. 첫 단추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진솔하게 대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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