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전 고문)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보수언론이 대통령의 잘못도 아니고, 그 부인의 경솔함에 집착하는 것은 가치 전도적"이라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난 13일, 보수언론 지면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다룬 기사와 사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KBS와의 녹화 대담에서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해명이라는 언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대담 방송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설날 재방송한 KBS를 향해 "심기경호 방송이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13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에서 지난달 자사 독자권익위원회 회의를 다룬 기사 <권력 비판에 성역 없어…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날카롭게 비판해야>를 거론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70%에 달한다는 사설 등을 거론하며 "보수 언론 시각에서의 보수 정권 비판은 정부·여당에 보다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교과서적(的)으로 말해서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라며 "그 대상인 권력이 우파건 좌파건 상관이 없고, 언론이 보수적이건 좌파적이건 상관이 없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과거 보수 정권을 퇴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조중동' 보수·우파 언론이었고, 이는 좌파 정권의 득세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좌파 언론은 좌파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이에 대한 비판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보수 정권은 좌파·보수 언론의 비판과 비평자·관전자의 비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동네북'이라는 게 김 칼럼니스트의 주장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디올백 사건'에 대해 보수 언론이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연 집권 2년 차 윤 정권에 타격을 줄 만큼의 정치적 사건인가"라며 "(이번 총선의)판단 준거는 대통령의 정책적 결정과 안보·국방의 방향 설정, 국민의 경제적 삶이지 대통령 부인의 '백' 수수여서는 우리 수준이 너무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보수를 비판하는 것이 보수 언론이 좌파 언론과 다른 장점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론에서 보수 언론이 대통령의 잘못도 아니고 그 부인의 경솔함에 집착하는 것은 가치 전도적"이라며 "보수 언론의 행태가 앞으로 또 다른 5년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중략)가치를 잃으면 공정한 언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칼럼니스트는 "이승만 대통령의 일생을 그린 영화 ‘건국전쟁’이 많은 국민의 관심 아래 상영 중이다. 모처럼 광의의 보수 언론이 작동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그 흐름을 막는 보(洑)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 1면에는 <이승만의 삶 재조명… '건국전쟁' 24만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 2월 13일 '[김대중 칼럼]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 1월 12일 '권력 비판에 성역 없어…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날카롭게 비판해야' 갈무리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2월 13일 '[김대중 칼럼]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 1월 12일 '권력 비판에 성역 없어…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날카롭게 비판해야' 갈무리 (네이버 뉴스)

같은 날 경향신문은 <김 여사 이해해달라며… 왜 우리에겐 박절한가?>, <설 밥상 오른 김건희… 야 "국민 분노" 여당서도 "답답"> 등의 기사를 실었다. 10·29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은 윤 대통령의 KBS 대담을 보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는 국운이 뻗치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출마자들은 설 민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왜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등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대통령 대담으로 ‘김건희 문제’ 유야무야해선 안 된다는 게 설 민심>에서 '설 연휴 밥상에 오른 민심의 소리는 단연 민생이었다'는 국민의힘 논평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며 민생을 부각시키려는 바람이 담긴 논평"이라며 "설 연휴기간 드러난 민심은 정치권이 민생도 챙겨야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의혹을 적법하게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12월 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본수사를 진행할 기미를 보이는 대신 검찰은 오히려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주거침입’ 등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도 신고 접수만 했을 뿐 기초적인 조사에 나서지도 않았다"며 "정부와 사법당국이 이 문제를 적법하게 풀지 않는 한 민심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칼럼 <이러려고 청와대 나왔나>에서 "윤 대통령의 KBS 특별대담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전 국민 욕받이였던 클리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만 득 봤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정치 공작'으로 선을 그은 대담 이후 디올 백은 검찰·국민권익위 조사는커녕 여당에서 말도 못 꺼내는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정말 이게 끝이라고 믿는 걸까"라고 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 부부가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그런 성정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하루 3명꼴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하면서 일방적으로 지원책을 발표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유예를 주장하며 기업만 걱정한 윤 대통령을 지적한 것이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갖은 무리수를 두면서 청와대를 나온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지금 용산 대통령실은 민심을 전하지 못하고 심기를 경호하는 구중궁궐이 돼버렸다"고 했다. 김 실장은 "디올 백 논란을 돌파하려면 듣기 싫은 모든 질문에 답하고 사과하고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비판을 들을 용기, 불편한 국민을 만날 용기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 김영희 편집인은 칼럼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서 "이번 대담으로 윤 대통령은 이제 김건희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 ‘수렁’에 빠졌음이 분명해졌다.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 여사 문제는 계속 호출될 것"이라며 "'김건희 악재'를 딛고 여당이 이긴다면 당은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더 가속할 것이고, 야당이 이긴다면 두말할 나위 없다"고 했다. 

김 편집인은 "고백하자면 그간 김 여사의 처신이 논란이 될 때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논문 표절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까지 여러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국민이 선택했다는 사실의 무게도 있거니와, 그에 대한 비판에 여성 비하적 시선이 깔려 있다고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명품 가방 수수는 복잡한 다툼을 거쳐야 하는 ‘의혹’이 아니라 온 국민이 영상으로 목격한 사실이다.(중략) ‘진정한 사과’는 대통령의 공적 판단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소치였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 ‘대통령 대담’ 재방송까지 한 KBS, 부끄럽지 않은가>에서 "공영방송이 공공 자산인 전파를 낭비해가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대통령 ‘심기 경호’에 나서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방송은 ‘국민의 방송’인가, ‘대통령의 방송’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는 지난 8일 윤 대통령과의 특별대담이 최고 시청률 9.9%를 기록,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설날 0일 오전에는 특별대담을 재방송했다. 한겨레는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을 겨냥했음직하다"며 "대통령의 변명과 해명을 어떻게든 많은 국민에게 들려주려 안간힘 쓰는 모습에서 정치권력에 순치된 '국영' 방송의 민낯을 봤다고 하면 지나칠까"라고 했다. 

한겨레는 "‘친윤 낙하산’ 박민 사장이 취임한 뒤 한국방송은 빠르게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가고 있다.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도 국정홍보채널 케이티브이(KTV)에 빗대는 평가가 나온다"며 "박 사장은 취임 직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정성을 훼손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이어온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이후 영남·충청 등 전국을 돌며 국민 목소리를 경청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진행돼 '일방적인 정책홍보의 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동아일보는 "야권에서는 '총선용 정책홍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간담회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경제 등 분야별 언론사 간부들과도 별도 간담회 자리를 검토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채널A에 "대통령실이 고민하는 다양한 언론 소통 방안 중 하나로, 대통령의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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