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용산 권력이 여당 비대위원장에 사퇴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점입가경이다. 이제 하다 하다 검사 출신들끼리 이런 식으로 싸우니 할 말을 잃게 된다. 양쪽 모두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은 공멸이라 한 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라지만,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다.

‘약속대련’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약속대련이려면 모양새가 깔끔해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용산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고, 대통령은 처음에 그것을 거부하다 나중에 수용하면서 “한동훈이 해냈다”는 식의 얘기가 되는 게 약속대련이다.

그런데 지금 구도는 대통령이 여당 비대위원장에 역심을 품었느냐 묻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언론을 동원해 반격하는 다소 지저분한 그림에 가깝다. 대통령실이 “명품백 논란은 몰카 공작”이라는 주장에 더해 ‘사천’을 거론하고 있는 게 그렇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역적’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거다. ‘김건희 리스크’를 이용해 자기 몸값을 올리면서 공천권을 활용해 의원들을 줄세우기 해 여당을 장악하고 이걸로 차기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거 아니겠냐는 얘기다.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구을 지역구에 내리 꽂으려는 듯한 모양새를 만든 게 바로 이런 이유라는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언론이 전하는 대통령 본인의 반응을 보면 “뒤통수를 맞았다”, “사람을 너무 믿은 것 같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였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데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격앙된 이유는 앞의 인식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대통령은 먼저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거론하며 영부인 문제를 비판하는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동훈 비대위원장 쪽에 몇 차례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는데도 별 응답이 없자 곧바로 “한동훈이 배신한 것 같다”는 결론으로 달려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여당 대표격 인사의 입장에선 영부인 문제에 대한 무슨 입장을 얘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특히 신년인사회 등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접하고 난 이후 이 필요성은 더 절실해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핑계처럼 얘기하는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 문제는 여당 지도부 간 공유된 사실이었다고 한다. ‘한동훈 배신자론’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퇴 종용을 받았다는 점과 함께 이러한 내용을 언론에 밝히면서 대통령도 별로 할 말은 없게 됐다. 이미 공천 작업이 시작된 상태에서 총선 성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현역 의원들도 명분이 없는 대통령의 협량한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실은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애초 사퇴를 얘기한 일은 없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먼저 “대통령의 뜻이 무엇이냐”며 오해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곧 양측이 직접 만나 화해를 도모한다는 얘기도 있다. 봉합하자는 것인데, 갑작스런 격노나 사퇴 종용이 별 명분이 없는 일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여당이 용산으로부터 홀로 서는 기회가 될 거라는 일부의 시각이 있는데, 유권자들이 그렇게 볼까? 쉽지 않다. 봉합이 필요한 것은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봉합하지 않으면 보수 유권자층은 분열하고, 그것은 곧 총선에서의 패배로 이어진다.

‘스타일’의 차원에서야 용산에 굽히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겠지만 영부인 문제에 대해 저렇게 나오는 대통령의 모습을 확인했다면 총선 전에 이 문제와 관련한 보다 전향적 태도를 다시 보일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봉합을 위해서는 영부인 관련 언급은 줄여야 한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20일(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이 문제를 당분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답을 기다리려 한다”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일 것이다.

‘김건희 리스크’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하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들을 억지로 데리고 나와서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사죄하게 만들 수도 없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오히려 김건희 여사는 주변에 유튜브 등의 주장을 모아 ‘사과불가론’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일로 ‘김건희 리스크’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뭔가 해법을 나름대로 강구한다고 해도 특검법 재의결 국면에 대응하는 상황에선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 사과 직후 특검 부결이라면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통과시키면 여당과 지지층은 분열될 거다. 이르면 25일 표결할 수 있으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야당은 아직 느긋한 태도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일 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과 영부인이 사과 및 해명 등 자기 할 바를 하고 여당은 ‘총선 후 특검’ 등을 주장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로 부결에 나서는 게 최선인데, 이조차도 못하게 하는 게 지금의 용산 권력이다. 그러니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잠재력에 대한 얘기면 몰라도, 검사 출신들끼리의 파워 게임에서 누가 이긴들 정권과 여당에 대한 지금의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겠는가?

유권자 대다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정권 내의 싸움박질을 집권 이후 계속해서 실시간 중계로 보고 있다. 궁중 암투가 소재인 사극을 보는 듯하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도 만족하지 않아 끝이 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심지어 최측근인 한동훈과도 싸우는구나” 할 것이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부처 업무 보고를 확대한 민생토론회를 불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권력이다. 국민의 삶과는 별 관계도 없는 걸로 이러는 세력이 총선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절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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