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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진흥은 동전의 양면[초대 방통위 정책과제 진단④]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
안현우 기자 | 승인 2008.04.21 14:35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 친박연대와 무소속 친박 의원의 약진으로 정리되는 이번 총선 결과는 사회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정책 추진이 국회의 관련법 제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고, 집권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정부 정책 추진을 현실화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과 함께 이명박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표방하고 있어 관련 법정비라는 절차가 조만간 가시화되거나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정책 영역에서 규제와 진흥은 서로 다른 말이 아니며 '동전의 양면' 역할을 한다. 관련 산업 진흥 역시 일정 정도 규제라는 틀 위에서 진행되며 규제의 역할 또한 산업 진흥과 원칙적으로 충돌해서는 안 된다. 즉 규제와 진흥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화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정부 정책 추진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얘기다.

   
  ▲ 언론정보학회 주최로 4월 1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 토론회 ⓒ미디어스 서정은  
 
미디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표방하고 있는 실용주의 노선은 미디어 분야에서 좀 더 복잡한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최근 언론계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으로, 관련 신문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측면과 함께 여론 다양성 훼손 논란을 불러올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신문방송겸영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신문이 방송, 통신과 조화롭게 협력하여 매체로서의 기능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자”며 “제도적, 정책적으로 필요한 뒷받침을 하기 위해 올해 안에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재정비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엄밀히 따지면 일간신문의 지상파 방송 사업과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채널 사업 겸영으로 현 방송법과 신문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현행 방송법 제8조제 3항, 신문법도 제15조 제2항에서 ‘신문의 방송 겸영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 중앙일보 4월5일자 2면.  
 
따라서 정부 여당 입장에선 현행 언론관계법이 신문의 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체 입법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2006년 말 대표 발의해 당론으로 확정된 ‘신문법 개정안’이 주요 내용일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18대 국회에서 3선의원이 되는 정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각종 미디어정책을 주도해온 의원으로 꼽힌다.

정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신문시장 점유율 20% 미만의 신문사업자와 시장점유율 20% 이하의 뉴스통신 사업자는 상호겸영이 가능하며 지상파 방송을 포함하는 방송사업 일반에 겸영과 출자(소유)가 모두 가능하도록 돼 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20% 미만이라는 점유율 규제를 통해 신문사업자의 방송 진출 또는 겸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작 실상을 따져보면 상황은 다르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종합일간지, 특수일간지, 무료신문 등으로 나눠진 신문사업자에 대한 구분 없이 점유율 20%를 모든 신문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신문 시장의 약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 중앙 동아의 방송진출을 제한할 방법은 없어진다.

정 의원의 개정안이 점유율 규제를 통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조선 중앙 동아의 방송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금력과 조직력 면에서 지상파방송사를 소유하거나 종합편성, 보도채널PP를 소유 겸영할 수 있는 신문사업자로 조선 중앙 동아 이외에 찾아보기 힘든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규제완화 흐름 따라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론 독과점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전이 현상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필요한 규제의 틀을 갖추고 있다. 신문방송겸영 허용이라는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여론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 경향신문 4월9일자 23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근 내놓은 신문 고시 개정 움직임 또한 신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왜곡된 신문시장을 오히려 고착화시킨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움직임은 뉴미디어 도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IPTV 시행령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방통위가 제정 중인 IPTV 시행령은 KT 등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경우, 회계분리만으로 IPTV 사업에 진출할 수 있으며 망 개방에 대한 조항을 시행령이 아닌 하위 법령인 고시에서 보장할 움직임이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방통위의 시행령이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IPTV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공정경쟁 활성화라는 규제의 다른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셈이다.

또한 망 개방 이슈에 못지않게 콘텐츠 동등 접근권 보장 이슈도 부각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업자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결국 방통위가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더라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공정경쟁 활성화 논란에 적절한 답을 내놓아야할 시점이다. 산업 활성화라는 것이 특정 사업자에 국한될 경우, 본래의 취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가 산업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디어관련 정책은 '주파수 경매제', '민영미디어랩'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사안을 꼽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관련 정책 방향이 산업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규제 완화라는 흐름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방의 독주가 과연 가능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정책 변화는 인정하는 상대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승부 결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론의 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방의 독주를 위한 무리수는 곧 정책 당국의 부담으로 작용되며 결국 정책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안현우 기자  adspp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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