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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잔치 아닌 소비자 혜택에 집중해야

김영순/ 광주전남미디어행동연대 사무국장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고, -엄밀히 따지면 경계는 분명 있겠지만- 둘을 따로 떼어서 계속 진행형으로 두는 것은 실상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방송계 일각과 방송, 통신 공무원들이 제 밥 그릇 때문에 다투는 것을 제외하면. 법안이 통과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쳐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미디어 혜택이 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갖게 한다.

하지만 기대는 그냥 기대일 뿐 진작부터 IPTV 상용서비스 관련한 업계의 다툼이 시작되었고, 그 이윤을 챙기기 위한 업체들 사이의 밥 그릇 싸움도 뻔한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무조건 빠르게만 진행하여 발생할 문제의 해소, 최소한의 제동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사이에 이미 경쟁부터 시작 되었다.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가진 시민사회운동 영역이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방통 융합의 실제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그 서비스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만 현재의 모양은 업계들의 잔치로만 비춰진다. 직접 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며, 다양하고, 내용이 풍부한 양질의 서비스가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 대중적(국민적) 합의 정도는 거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의 방식이 무엇이 되었든 대중적 합의 단계 없이 불도저식으로 진행 되었을 때 발생할 문제점들은 어떻게 할지 갑갑한 노릇이 없다.

아울러 지상파 TV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공공적 영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돈벌이 도구가 아닌, 상업 방송이 아니라 공공제로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 시장 논리가 아니라 국가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 공영 방송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의료, 교육과 더불어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점점 더 해지는 염려는, 얼마 전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도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나팔수(저격수) 노릇을 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고,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보여준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거만함과 오만함에서 방통위의 미래를 점쳐 볼 수 있지 않겠는가.

▲ 김영순


'산업강조' 방통위 우려스럽다

권순우/ 취업준비생

세상 모든 것이 돈 귀신에 홀려 실용의 작두를 타도 바보처럼 순수하게 남아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쪽집게 과외에 열광하면서도 선생님은 '인간'을 가르치길 바라고 기도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종교인은 돈을 모르길 바란다. 사람의 정신을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방송 역시 시청자들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하는 한편으로는 공익적이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은 평균 하루에 3시간 방송을 시청하지만 그 이야기는 21시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생활양식을 만들어주는 방송이기에, 방송이라는 이름 뒤에 굳이 '산업'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자꾸만 돈을 벌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방송을 타이르고 꾸짖었던 잔소리꾼은 방송위원회였다. 야하다. 폭력적이다. 너무 한 쪽 편만 들지 마라. 잔소리만 하는 방송위원회였지만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나마 덜 상업적인 방송을 볼 수 있었다.

규제 기구가 없는 방송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감시의 눈길이 조금 느슨한 늦은 밤 케이블 방송에서는 전직 에로 영화 감독들이 만들어낸 선정적인 드라마들이 판을 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방송 규제 기구의 공백을 틈타 여성의 나체에 회를 올려 먹는 장면까지 방송에 나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에 방송과 통신을 통합적으로 관리 기관이 필요해진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일 게다. 하지만 영상 매체(방송+통신)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대로인데 새롭게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원회가 내놓은 앞으로의 계획들을 보면 지나치게 산업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원장은 취임사에서 미디어 산업은 한 해 매출이 55조 원에 이르며 160조원의 생산효과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거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줬다. 출범 전부터 공영방송의 민영화, 신문방송겸영 폐지, 통신비 절감 등 미디어의 '산업'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명분으로나마 다양성, 균형성, 공정성을 외치던 규제 기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방송과 통신을 함께 통합 관리 한다고 해서 그동안 공공성을 수호하던 역할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여타 상품 시장과는 달리 미디어 시장은 치열하게 경쟁 할수록 질이 떨어질 유인이 큰 시장이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경쟁이 과열될수록 당장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의 유혹을 느낀다. 거대 통신 자본들이 속속 방송 산업에 들어와 선정성 경쟁을 하면 시청자들은 마음을 풍족하게 해줄 따뜻한 방송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디디는 방송통신위원회원회를 두고 가타부타 떠드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지 모른다. 하지만 지상에서 0.1도만 틀어져도 영원히 달에 도달하지 못하는 로켓처럼 방송통신융합산업의 문화를 처음 만들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원회가 그 방향성을 잘못 잡으면 대한민국의 미디어 분야는 장사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정보화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에서의 시도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표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는 더 세심하게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주권을 박물관으로 보낸 국민의 배신자로 남을지, 뉴미디어 시대에 시청자들의 공공복리를 더 높여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기구로 기억될지. 지금 방송통신위원회는 발사 카운트 직전 각도를 재고 있다.

▲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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