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공공서비스 안정화, 後 융합서비스 본격화 요청한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일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키며 자기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일단 미디어정책을 전담하는 기구가 출범된 만큼 어느 정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그래야만 수용자 진영의 고민을 그나마 담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출범에서부터 엇갈린 서로의 기대가 적지 않은 불신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융합'과 '성장'을 강조하고, 그 핵심목표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 '사업자 간의 경쟁을 촉진해 서비스의 품질은 높이고 국민 부담은 낮추겠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 없이 지켜야 나가겠다' 'TV 방송의 차질 없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디지털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는 내용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러한 거창한 취임사와는 달리 이미 모든 인사와 정책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는 소극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그 무엇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불균형하게 그려져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직제도 적지 않은 걱정을 갖게 한다. 철저히 융합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편제는 취임사에서 언급된 목표들이 결코 병렬적인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서비스 중심의 성장정책과 결합상품이라는 괴물의 출현은 미디어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때문에 수용자진영은 이러한 본격 경쟁 이전에 공공서비스의 안정화를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런데 적어도 직제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균형적인 접근을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위원회 출신 실무자들의 역할이 법적 절차의 한계 속에서 철저히 하향 조정되고 있음도 비관적인 예측을 갖게 하는 내용이다. 과연 이러한 성장 일변도의 배치 속에서 수용자의 복지와 권익 보호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취임사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과 디지털 전환사업의 중요성이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공공서비스 안정화의 핵심적 요소들이다. 적어도 초기에 이 두 가지 목표를 성실히 수행해나간다면 지금의 불신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모두가 행복한 미디어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선 공공서비스 안정화 후 융합서비스 본격화'의 수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 강혜란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생산을 기대하며

▲ 김명준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새로운 출발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정확한 현실 진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선 이번에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의 융합 관련 논의가 다양한 미디어의 총체적 변화를 포착하며 미디어의 미래상을 적극적으로 구상해가며 적절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방통융합'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방송과 통신이라는 두 개 영역만의 통합, 더 좁게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양대 기구 간의 이해 조정을 둘러싼 논쟁에 함몰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현재의 위원회는 그러한 이해 조정의 결과물이지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기획에 기초해서 정책 목표와 조직 체계를 확정한 조직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위원회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 공공성, 콘텐츠 등 핵심개념의 재규정, 공동체 미디어 등을 포괄하는 미디어 분류기준의 재설정 등 논의의 기초를 만들어가기 위한 내용을 생산하고, 시장 확대로만 제한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구조 전반의 발전 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융합 논의가 새로운 시장의 개척 및 경쟁이라는 산업적, 자본중심적 담론에 의해 철저히 장악당하고, 사회적 공론장을 형성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한 관심이 철저히 주변화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본의 대변자가 아니라 공공적 서비스 기관으로서 위원회는 참여와 다양성을 확대하는, 보다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수동적인 수용자의 위치를 넘어서서 적극적인 미디어 생산자이자 참여자로 전환되면서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생산과 수용 시스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공공적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내용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만 생산가능하다. 따라서 지난 10여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시민사회 및 일반 이용자들의 공적 기구의 의제 및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융합시대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변화, 참여적 미디어의 확대 상황에서 미디어 그 자체에 대한 담론을 진정 쌍방향적으로 변화시킴으로서 집단적이면서 민주적인 지식생산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위원회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업계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규제 철폐해야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대표

우선 오랜 산고를 거쳐 새로운 융·복합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렵사리 탄생한 방통위의 출범을 축하하며 앞으로 함께 더불어 열매를 잘 만들어가려는 그들의 장도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희망사항을 정리해보려 한다.

방통위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단어는 아마도 앞으로 무수히 만들어낼 융합시대에 적합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무슨 정책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가장 앞서 챙겨야 할 개념은 '소비자 고객의 정보복지 향상'이어야 할 것이라 본다.

방통위의 구성 멤버도 사람이요, 정책구현의 대상자인 업계도 사람이 움직이고 그들이 모셔야 할 고객도 인간인 점을 결코 간과하고나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됨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정책의 귀결은 바로 고객 만족인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정책을 논하다 보면 정책 자체에 함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았는가.

둘째로는 관료적인 사고로 산업계를 이끌려는 자세가 아닌 산업현장의 소리로 다가가는 눈높이 접근을 권하고 싶다.

마치 펜귄의 경우 사람이 선 자세로 접근하면 뒷걸음질 치다 무릎을 꿇는 자세로 펜귄과 눈높이를 맞추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람 앞으로 다가오듯이 정책당국이 산업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려는 자세를 통해 산업계를 잘 섬겨야만 업계도 고객에게 다가가는 자세로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제대로 섬기고 받드는 고객서비스 정신을 옳게 발휘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고객복지 향상은 정책당국의 겸손한 봉사자세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픈 것이다.

이 같은 인간 고객을 위한 개념이 정립되면 그에 걸 맞는 기본 철학정립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철학이 정립되지 않은 혼이 없는 정책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제까지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철학 부재였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이념 논쟁으로 지새거나 정치적인 현상론에 맴돌다 마는 전략적 정책수립의 유혹에 빠져서는 아니 되겠기에 말이다.

그동안 앞서서 산업육성을 이끌어 가야할 정부 주무부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정책을 뒷받침할 관련법이나 제반 규정의 낙후성으로 산업발전에 역행하는가 하면 관련 기관이나 업체 간의 부처 이기주의의 언저리에서 맴돌다시피 한 차원을 과감하게 떨치고 나가는 과단성을 기대하고 싶다.

정책의 시발점을 고객에서부터 찾고 고객을 위한 산업계가 자유스럽게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첫 단추를 끼우고 진흥책으로 활보하도록 이끌어주면서 가능한 한 규제와 억제책을 억제하려는 기본 토대위에 국제화(Global Trend)에 보조를 맞출 환경을 조성해주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줬으면 한다. 전 세계가 앞다퉈가는 극한 경쟁시대에 언제까지나 규제논리로 지새울 것인가.

군더더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정책입안 과정은 투명하고 미래예측 가능한 공개적인 절차와 모두가 납득할만한 논리와 상식선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흔히들 말하는 밀실행정과 뒷거래 얘기가 흘러간 뒷얘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울러 융합의 기본원칙과 자유스러운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공정경쟁 틀을 마련해준다는 기본 축에서 출발하려는 자세확립도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논리나 균형발전과 같은 현실논리가 처음부터 원칙을 앞서가는 파행을 당연시하려는 풍조가 주축을 이뤄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해상충(conflicts of interests)은 항존하는 현실로 연륜과 경륜에서 오는 조정과 타협의 슬기로움과 지혜를 존중할 수 있는 어른스러움의 존재를 창출해내려는 노력도 병행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를 두는 사람이 있으면 훈수꾼도 있어야 하듯이 누군가 거리를 두고(detached interest) 여유 있게 正道가 무엇인지 가야할 목표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좌우를 살피데 방향은 항상 앞으로 옳게(right) 갈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목수의 먹줄 역할을 해주는 안내자도 있어야 한다. 또 필요로 할 때는 이끌어주고 밀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질타하는 파수꾼도 있어야 한다.

이들을 통해 정책이라는 눈앞의 전략적인 차원을 넘어 펼쳐지는 대지를 볼 줄 아는 지혜로움도 주문하고 싶다. 한마디로 올바른 정책철학 정립을 바탕으로 지적인 정책입안을 시도하되 지혜로 풀어가는 슬기로움을 갖춘 훌륭한 초기 방통 정책팀의 멋진 씨앗 뿌리기를 주문하며…….

▲ 최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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