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여성가족부 폐지’ 의사를 재차 밝히자 여성 연구자, 활동가 시민들이 연대해 성평등 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성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이후 여가부 폐지 공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성평등 가치는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통합 그리고 개인의 평안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가치”라면서 “그럼에도 불과 20여년 만에 여가부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15일부터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차경애 전 YWCA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찬숙 한국여성연구소장 등 8709명이 참여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 요구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한국 여성 정책의 역사적 소임은 한국 성장과 발맞춰 여성 정책을 세계적으로 하는 글로벌 미션을 가져야 한다”며 “여성과 남성의 격차를 통계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인지 예산이 더 확실하게 실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정부 예산의 0.24%를 받는 여가부로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과제”라며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여가부 존폐는 윤 당선자 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민주당 손에 달려 있다”며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부처 협상 과정에서 여가부를 제물로 삼지 않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은 “만약 민주당이 여가부를 지켜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당을 응징하고 등을 돌리고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모임 이날 선언문에서 “지금 우리는 성평등은 물론 민주주의와 다양성 존중 등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이룩하고 지켜낸 가치들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는 왜곡된 인식에 근거하여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외면하기만 하는 것인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여성할당제는 자리 나눠먹기’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시민모임은 “지자체 선거를 앞둔 지금 인구의 절반이며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표현될 통로를 막는 것으로, 성차별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년세대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자산 불균형, 저성장 상황이 불러온 경쟁 등이 해소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며 일부 정치인이 청년 세대의 불만을 여성과 성평등 정책에 투사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문제를 더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이에 동참한 남성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지난 시대의 여성보다 분명 더 나아졌다”면서 “하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다.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강화를 통해 더 통합적으로 노력해야만 우리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이날 ▲성평등정책을 전담 부처 유지 ▲성평등 관련 정책 예산 확대 및 인력 확충 ▲성평등 정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출처=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3일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폐지 의사를 재차 밝힌 바 있다. 이날 윤 당선자는 “여성·남성이라고 하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 상황에서 겪는 범죄 내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했다. 또 윤 당선자는 ‘지역·여성 할당’ 인사 원칙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발표한 2022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0점을 기록해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남녀 소득격차,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내 여성이사 비율 등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유리천장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을 종합해 매년 산출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여성의 고용환경이 열악하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남녀 소득격차,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내 여성이사 비율 등이 각각 29위, 여성 노동참여율, 남녀 고등교육 격차가 28위, 의회 여성 의석 비율 27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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