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며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우선 순위로 공약한 것은 편가르기 의도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후보는 “중도·보수에선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 후보는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며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개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망언록에 더 이상 쓸 자리가 없을 것 같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아주 많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 주장대로라면 국회의원 여성 비율이 19%에 불과한 것, 100대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이 4.8%에 불과한 것 등은 온전히 여성 개인의 능력 문제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심 후보는 “수능부터 공무원 시험까지 성적은 여성이 좋은데, 왜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이 줄어들겠냐”며 “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가 어째서 9년 연속 꼴찌이고, 왜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는 90% 가까이 여성이겠냐”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대통령 되시겠다면 최소한 이러한 질문에 고민은 하고 말씀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게 여성 개인이 잘못해서,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이준석 대표의 신념을 표를 위해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여성들이 더 강해지고, 더 당당해졌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그것과 구조적 차별이 사라졌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하다못해 맞벌이 부부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만 봐도 남성이 50분할 때, 여성은 2시간 반을 일한다”며 “여성에 대한 여러 제도적, 문화적 복합차별이 현실의 격차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무엇보다 만연한 성폭력의 뿌리가 바로 구조적 성차별”이라고 덧붙였다.
한 현직 판사는 성범죄를 예로 들며 구조적인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한겨레에 <성차별은 존재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류 판사는 “성범죄를 반사회적인 일부 남성들의 예외적 성욕 발현이라고만 설명할 순 없다”며 “성평등과 건강한 섹슈얼리티 및 성범죄 예방을 교육하지 않고 성범죄를 가볍게 규제하며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안전이 구조적으로 확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 판사는 “남성의 폭력에 관대하고 부부·연인 관계에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는 가정폭력·교제폭력이 더 빈번히 발생한다”며 “가정의 유지를 위해 폭력 범죄 처벌을 피해자의 이혼 의사와 결부시키는 제도가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만나면 가정폭력은 범죄로 인식되기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류 판사는 “경제적으로 종속된 여성 피해자는 이혼을 쉽게 결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류 판사는 “미성년자가 자신의 성은 팔 수 있다고 인식하는 사회, 미성년자의 성을 매매 형식으로 착취하려는 성인들이 차고 넘치는 사회에서 미성년자의 성은 제대로 보호될 수 없다”며 “사회가 디지털성범죄의 범죄성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예방교육, 규제, 피해 회복을 소홀히 할 경우 여성의 정보 인권과 안전은 심각하게 악화된다”고 강조했다.
류 판사는 “어떤 폭력도 젠더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면서 “그러나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폭력들이 있다. 젠더 기반 폭력들은 각각의 원인이 성차별적 구조를 통해 강화되면서 더 빈번히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판사는 “그로 인해 위협받는 여성의 안전은 여성의 삶 전반을 취약하게 만들며 성차별 결과를 낳는다”며 “이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성차별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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