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송 위원장은 또 성평등 사회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국회의 성별 대표성을 꼽으며 앞서 국회에 권고한 '공천 할당제'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8일 성명에서 "올해로 제116회를 맞이하는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우리는 여성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의 지난한 노고를 새기고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을 위한 과제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시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부, 국회 그리고 사법부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서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송 위원장은 우선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부터 우려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국제인권규약 당사국으로서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여성정책과 관련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의 폐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성차별 철폐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수립이 가능할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는 '식물부처화' 됐다. 부처를 폐지하기 위한 장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김현숙 초대 장관은 물론 '주식파킹' 논란을 빚어 사퇴한 김행 장관 후보자까지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부처 폐지' 입장을 강조했다. 

김현숙 장관은 잼버리 파행 사태로 사퇴의사를 밝힌 지 반년 만인 지난달 20일에서야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여성가족부를 떠났다. 윤 대통령은 김행 후보자 낙마 이후 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현재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총선에서 승리해 22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위원장은 "이러한 가운데, 우리 사회의 각종 지표는 여성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성별임금격차는 대한민국이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이래 줄곧 가입국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여왔다"며 "또한 전체 상장법인의 임원 중 여성비율은 5.2%로 OECD 평균 25.6%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 천장 지수도 2013년 이후 줄곧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게재한 페이스북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게재한 페이스북글

이어 송 위원장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의 19%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성평등의 핵심 중 하나는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입법 활동을 하는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우리 위원회는 2022년 5월 12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후보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과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에도 적용하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지난 2022년 5월 당시 인권위는 공천할당제를 비례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각 정당 대표에게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할 것 ▲이행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할 것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를 구축하여 공개할 것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거대양당의 여성 공천 비율은 현재까지 10%대에 머물고 있다.

아울러 송 위원장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비범죄화에 따른 관련 입법 등을 주문했다. 송 위원장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자유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정의할 것,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비범죄화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 및 기타 조치를 취할 것, 기술매개 성폭력 관련 법률을 정비할 것 등을 권고했다"며 "우리 위원회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대한 독립보고서 제출 등 여성 인권과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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