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성평등 인식이 언론을 통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 후보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데 이어 한겨레의 성평등 정책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8일 기사 <여성 성소수자 20명의 '성평등' 정책 질의에 한 후보만 답하지 않았다>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유권자 2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정책 공약 질의 10개를 추렸다"며 "윤 후보는 끝내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청년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기획 시리즈 4회 '지금 당장, 성평등' 기사를 준비하면서 지난달 19일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답변 마감일인 지난달 25일, 안 후보는 지난달 26일 한겨레 질의에 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6일 최종적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선대본은 "답변 준비가 다 되었는데 후보 확인만 남았다", "확인 과정에서 수정 사항이 생겼다", "수정 요청이 있어서 답변을 다시 작성했고 확인 단계만 남았다" 등의 응답을 반복하며 답변을 미뤘다고 한겨레는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한겨레에 "따로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어 시기를 정해서 발표하려 하다 보니 시차가 발생했다"며 "공약에 중요한 걸 빼고 (답변)드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면 그냥 한꺼번에 몰아서 하자 그렇게 되어서 양해를 좀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기후변화와 부동산, 플랫폼 노동과 경제 분야 등을 다룬 앞선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기획 시리즈 1·2·3회의 질의 때와 사뭇 다른 대응"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20대 여성 자살률 증가 ▲성차별 채용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성평등 인식 차 개선을 위한 교육 ▲임신중지권에 대한 사회적 편견 ▲육아휴직 정책과 사업주 처벌 ▲젠더 데이터 편향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 ▲가족구성권·생활동반자법 ▲동성결혼 법제화 등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한겨레 2월 8일 <여성 성소수자 20명의 ‘성평등’ 정책 질의에 한 후보만 답하지 않았다>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한겨레 질의 답변 거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의 청년시민단체의 성평등 실현 질문 답변거부 이미지를 게재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는 "안전·자살·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남녀구분이 필요한 게 뭔가. 시대착오적인 페미니즘 강요하지 말라"는 답변 거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오세훈 측, '성평등' 질의에 "시대착오적 페미니즘")

이 대표의 게시물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비서실장인 장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인가. 주요 언론사의 보편적인 정책질의에 끝까지 답변을 거부한 것이 자랑은 아니다"라며 "제1야당 대표가 앞장서 민주주의의 극우적 퇴행을 선동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적었다.

윤 후보가 7일 한국일보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장 정춘숙 의원은 8일 성명을 통해 "뿌리 깊은 성차별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는 정치 지도자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모두 각자도생하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021년 '성격차지수' 세계경제포럼 156개국 중 102위 ▲성별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 ▲유리천장지수 OECD 국가 중 9년째 꼴찌 ▲150만 경력단절 여성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 4.8% ▲여성 국회의원 19%, 시·도지사 0명 ▲가족폭력·성범죄 피해자 절대다수는 여성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정 의원은 "윤 후보는 대한민국 성차별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 불명예스러운 수치들을 직시하라"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일보 2월 7일 <“내가 되면 보복정치 악순환_ 죄지은 민주당 사람들이나 할 생각”>

앞서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윤 후보 인터뷰 발언을 비판했다. 7일 이 후보는 "안타깝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윤 후보 공약에도 '공정한 양성평등'이 있다.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면 이런 공약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아주 많다"며 "이 모든 게 여성 개인이 잘못해서,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이준석 대표의 신념을 표를 위해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윤 후보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를 우선 순위로 공약한 것은 편가르기 의도 아닌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중도·보수에선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청년정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을 빚었다.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통해 피해자를 옥죄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사례를 이유로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것은 청년을 기만하는 성차별 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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