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2030의 표심인 양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데 반발한 청년 남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우리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그려내는 다 똑같은 청년 남성이 아니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남성의 요구’라며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언론에 울려 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정치와 언론이 펼치고 있는 성별과 세대 갈라치기가 그 어떤 세대와 성별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청년 문제의 원인은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청년 남성인 우리는 알고 있다”며 “여성가족부를 없애거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 내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평등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세상에 그저 ‘이대남’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며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을 개선하여 공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김연우 씨는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구조적 모순과 억압에 대한 외침이 아닌, 권력에 대한 풍자가 아닌,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며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군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 아닌 ‘군대는 갔다 왔냐’라고 무시하던 이들에 의해 반복되어 온 조롱과 함께 군인에게 적절한 보상과 여건을 제공하지 않는 환경 때문”이라며 “20대가 어려운 취업과 비싼 집값에 절망하는 것 역시 페미니즘 때문이 아닌, 구조적 모순과 엇나간 정책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향해 김 씨는 “왜 누군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냐”면서 “왜 생명과 사람을 지키고 아끼는 일을,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을 옳은 길로 방향을 삼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이대남’이 더 이상 ‘조롱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흘러오며 기성세대의 부정과 위선에 분노했던 에너지가 다시 모여 페미니즘을 지지했으면 좋겠다. 차별과 폭력에 반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제는 함께 억압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조롱문화의 안개를 걷어내자”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가현 씨는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성의 특정 선택에 대해 안티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이대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며 “그동안 청년으로서 결집하지 못했고, 페미니즘 운동에서도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일부 청년 남성들은 이준석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언론과 정치권이 호명하는 ‘이대남’에 가려져 목소리가 지워진 다양한 남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다”며 “그동안 평등을 지향하던 청년 남성들이 우리의 첫발자국을 보고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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