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층적인 책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질적 수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순한 밀도, 즉 양으로 무리 없이 달성되기도 한다. 예컨대 중세의 기이한 풍습을 다루면서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지리학을 동원하는 문화사 책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분과 간 경계를 넘나들고, 내용은 이질적인 것을 가로지르며, 주제는 반복적으로 변주된다. 고전 의 깊이와 폭은 갖추고 있지 않아도 읽을 때마다 인상이 달라지고 초점은 변경된다. 얼마 전 읽은 (다카하시 도시오, 김재원, 정수윤, 최혜수 역, 도서출판 b, 2012)은 그런 책이었다.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책이 가진 다른 층위를 발견하는 일은 즐거웠다. 은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서 개설된 ‘호러론’ 강의의 20
세상의 모든 책들
고덕영 / 인문 딜레당트
2013.08.02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