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제정을 통해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를 확대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설치되는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는 방통심의위의 주요 권한을 모두 승계하는 동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한 '건전성' 심의 권한을 갖게 된다. 

윤석열 정부 방통심의위의 언론 입틀막이 가능했던 이유는 추상적 심의 규정과 정치적 후견주의 위원 구조에 있었다. 여권 추천 인사들이 우위를 점하는 심의기구가 공정성·객관성 등 추상적 규정을 근거로 자의적인 내용심의와 법정제재를 남발,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대안으로는 자율규제가 거론되어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김현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대표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은 방통심의위를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로 개편한다. 법안의 부칙에 따라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는 종전 방통위설치법상 방통심의위의 소관사무·권리·의무·재산·직원고용관계 등을 포괄승계한다. 여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 건전성 심의가 추가됐다.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 구성 방식은 방통심의위와 같다. 9인의 심의위원은 대통령 지명 3인,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에 추천한 3인, 국회 소관 상임위(과방위)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 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 신분으로 규정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또 심의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고, 소관사무에 대해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 심의위원, 사무총장, 사무처 직원의 경우 형법이나 다른 법률의 벌칙이 적용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독립 민간기구로서 위원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심의위의 독립 민간기구 성격은 유지되며 위원장에 한해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방통심의위원장을 인사청문·탄핵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방위를 통과하자 언론노조, 새언론포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 등은 '국가검열기구화'라고 지적했다. 21조넷은 당시 성명에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에 의한 제한을 최소화해야 하며 방통심의위의 근본적 개혁은 정치 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심의 대상을 축소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지난 19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공동 주관한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의 '공정성 심의' 기능은 폐지·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 심의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순 민언련 이사는 "현재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 안은 방통심의위 9인 위원 추천 방식과 동일하다.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심의의 권위를 산산조각 낸 정치적 공정성 심의는 폐지하거나 최소한 법정제재는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심의위원만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를 해체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 체제로 개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종면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는 "공정성이라는 주관적 심의를 할 수 있는 잣대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나"라며 "이렇게 법 개정까지 하는 마당이라면 공정성 심의를 못하도록 해 방통심의위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준형 언론개혁특위 자문위원(언론노조 정책위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건전성 심의'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문위원은 "필요한 조항이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 범위와 규제 절차를 정보통신망법 또는 새로 추진할 통합미디어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과잉 검열·심의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만 규정되어 있다. 결국 방송법을 통합미디어법으로 개정해 OTT를 포섭하거나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규제 명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23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세미나 '디지털 플랫폼 시대, 이용자 보호와 미디어 심의제도 개선'에서 전문가들은 추상적인 방통심의위 심의 규정을 대폭 축소하고 자율규제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구로 전환하되, 자율규제를 관리·감독하는 기구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방통심의위원을 역임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방통심의위를 미디어심의위로 확대 개편해 뉴미디어를 규제 대상에 포섭하고, 미디어심의위는 미디어 업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율규제를 관리·감독하는 기구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미디어심의위는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보완심의와 같은 최소한의 내용규제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심 교수는 미디어심의위 전환 이전에 통합미디어법 제정 등 선행과제가 있다며 단계적인 방통심의위 개혁 방안으로 ▲심의 규정 대폭 축소 ▲심의위원 전문성 자격요건 부여 ▲심의위원 취업심사 대상 포함 ▲사무총장 공모와 구성원 임명동의제 등을 제안했다. 

지난 2023년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육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획조정실장, 박종현 사무총장 직무대행, 황성욱 상임위원, 류희림 위원장, 허연회 위원, 박종훈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센터장(연합뉴스)
지난 2023년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육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획조정실장, 박종현 사무총장 직무대행, 황성욱 상임위원, 류희림 위원장, 허연회 위원, 박종훈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센터장(연합뉴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불법유해 정보에 대응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행정규제와 자율규제가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심의제도는 표현 규제뿐만 아니라 표현에 대한 보호 기능을 포괄하는 것”이라며 “유럽 디지털서비스법의 경우 위헌적 요소 등에 대한 비판을 적극 수용해 기본권 보호 관점에서 절차적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고 했다.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디어 사업자들이 자율규제 심의 규정을 만들고 이를 방통심의위가 승인하는 시스템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의 경우 5년마다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해 구시대적 심의 규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며 한국의 심의 규정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주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구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공정성 심의 규정 폐지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행정기구가 미디어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데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홍 교수는 방통심의위 행정기구화와 함께 공정성에 대한 판단 권한은 자율규제 심의기구에 온전히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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