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극한의 대결정치로 여야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지도부 회동으로 해빙 모드가 열릴지 주목된다. 언론은 여야 지도부 회동을 통해 협치의 첫발을 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28일 미국·일본 순방을 마친 뒤 곧바로 여야 지도부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27일) 국회를 찾아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를 예방하고 "이 대통령이 초대의 말을 전하라 하셨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장 대표는 여러 조건을 붙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장 대표는 연찬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며 "여러 사람이 앉아서 식사하고 덕담 나누는 영수회담이라면 그건 영수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일대일 회동을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형식과 의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야당의 제안에 대해 일정 부분이라도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영수회담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공식 제안이라면 문서로 보내야 하느냐"며 "의제와 형식이 안 맞아서 못 만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야당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 야당이 원하는 어떤 주제든 논의할 수 있다"며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장 대표가 대통령실의 성의 있는 제안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우 수석은 이날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동 성사 여부는 장 대표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협치 의지를 보인 날에도 두 당은 기싸움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이번 연찬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재명 정권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출정식이 됐으면 좋겠다"며 "저도 죽기를 각오하고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28일 인천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워크숍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념 촬영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인천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워크숍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념 촬영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윤 어게인'을 주장하며 도로 윤석열당, 도로 내란당으로 가버린 국민의힘과 험난한 과정을 마주해야 한다"며 "헌법수호세력과 파괴세력의 전선이 형성된 것을 직시하고 긴장감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와 민주당은 이미 정부와 여러 차례 엇박자를 내왔다. 정 대표는 지난 24일 이 대통령이 "공식적인 야당의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밝힌 다음날 SNS에 "나는 여당대표로서 궃은 일, 싸울 일을 한다"고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개혁·언론개혁 등과 관련해 정부가 의견 수렴을 주문해도 민주당은 속도전을 펼치기 바빴다. 최근 검찰개혁안을 두고 민주당과 갑론을박을 벌였던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당이 결정하는 대로 논의해 따라가겠다"고 몸을 낮췄다.

언론은 일제히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29일 <[사설]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극한 대결 정치 수위 낮춰야>에서 "여야 대표가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악수도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협치의 손을 내민 이상 여야는 응답해야 한다. 형식과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외교·안보 성과를 공유하고 국익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8일 사설 <이 대통령과 여야, 미·일 순방 대화로 '외교안보 협치' 열길>에서 "지금처럼 안보·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통령이 중요 순방 결과를 여야 지도부와 공유하고 협치를 도모하는 건 당연하다. 여야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외교안보를 두고는 대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며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회동을 성사시켜 무한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열고 외교안보 협치의 첫발을 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는 같은 날 <[사설] '뺄셈 정치' 하는 국힘 장 대표, 이 대통령 초청 응하길>에서 "이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야당 지도부와의 빠른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이런 시기에 야당이 대통령을 만나면서 형식과 의제에 매몰될 이유는 없다. 싸우더라도 만나서 풀어가는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27일 <[사설]'난형난제' 정청래와 장동혁>에서 "상대를 말살해야 할 정적으로 치부하는 두 대표는 말 그대로 난형난제다. 이런 정치 실종은 다분히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결과일 것"이라며 "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을 통해 장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장 대표는 수락 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 초청도 수용하지 못하는 장면이 작금의 정치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는 29일 <[사설] 대통령은 野 만나려는데, 與 대표는…기이한 엇박자>에서 "이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야당 대표와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회동 의지를 드러냈다"며 "(정 대표는)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민 날 거꾸로 비난을 쏟아내며 엇박자를 낳았다. 이재명 정부의 여야 대화가 정 대표로 인해 난항을 겪는다면, 지난 정부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화를 기피한 것만큼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사설] 李 “野 대표와 회담”…꽉 막힌 정치 숨통 틔울 모멘텀으로>에서 "불신과 대치 정국을 풀어야만 할 필요성을 누구보다 크게 느낄 당사자가 이 대통령일 것"이라며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정부·여당의 일방통행만 계속된다면 중도층 민심이 이반될 수밖에 없다. 꽉 막힌 정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 설명을 계기로 한 여야 회동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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