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안이 혼선 끝에 정리됐다. 추석 전 '수사-기소 분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후속·보완 입법은 시간을 갖고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되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 중수청 독립성 등 세부 과제는 논의를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이 이전까지 검찰개혁과 관련해 내놓은 메시지는 '공론화' '꼼꼼' '신중' 등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당부한 검찰개혁의 주요 원칙이 '경찰 통제 방안'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겨레는 아직도 여권에서 정교한 검찰개혁 입법 설계도가 준비 안 된 것이냐고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검찰개혁·방송3법 논의에서 대통령실 입장이 짧은 시간 내에 뒤집히고 있다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만찬에서 검찰개혁 입법 방향과 계획이 정리됐다. 민주당은 오는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만찬 이전까지 정부여당은 각각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석 전까지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입장을 대표 취임 전후로 밝혀왔다. 정 대표는 당내에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이미 발의된 검찰개혁4법을 중심에 놓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고 했다. 19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민이 보실 때 졸속하거나 엉성하게 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부·여당 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에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땜질식이 아닌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대표가 이야기했던 추석 전 입법 일정은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에 "정 대표의 말씀은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정 대표 발언은)차질 없이 검찰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라며 "입법이 완료되는 것은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자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경주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정 대표는 추석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형배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도 속도조절론에 대해 "여지가 없다"며 "대표의 의지가 확실하지 않나"라고 했다.

22일 구혜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의 큰 원칙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나 법무부 쪽 (얘기를)들어보면 수사-기소 분리와 경찰에 대한 일정한 사법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1차 수사권을 갖게 되는 (경찰에)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대통령이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정 장관이 한 것인가. 직접 확인한 건가'라고 질문하자 구 논설위원은 "예"라고 답했다.
구 논설위원은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정청래 대표와 대통령실의 관계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검찰개혁 논의 맥락을 보면 정청래 대표가 표방했던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는 과정의 가장 큰 동력 아니겠나"라며 "그래서 봉합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신중모드였던 대통령실이 오히려 한 발 물러난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진행자가 '정 대표 입장에서 한 발 나갔다고 보나'라고 질문하자 구 논설위원은 "그렇다"고 했다.
한겨레는 22일 사설 < “추석 전 수사-기소 분리”, 후속 입법도 적기에 매듭을>에서 "최근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검찰개혁의 속도보다 정교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검찰개혁 추진에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20일 회동을 통해 당정은 '이견 없이 그리고 흔들림 없이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을 거듭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제 와서 정교함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정부·여당이 검찰개혁 준비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이제부터는 완성도와 속도를 모두 갖춰야 하는 검찰개혁의 핵심 국면이다. 정부·여당의 개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과거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된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쉽게 퇴색된 전례가 있고, 제도 개혁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며 빠르고 정교한 개혁을 주문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李 “졸속 안 되게 하라” 3일 만에 검찰청 폐지 날 잡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통령실이다.(중략)대통령에 이어 총리, 비서실장까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며 "그런데 그다음 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만나 추석 전 검찰청 폐지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의 검찰 제도와 수사 관행은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본 국민도 적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청 폐지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한 변혁인 만큼 졸속이 되지 않도록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방송법 처리 과정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한 지 6시간 만에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에서 방송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6시간 만에 국민 공감대가 생긴 것인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날 저녁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방송법 처리는)내 뜻과 같다'고 했다"며 "국민으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과속 경고에도 추석 전 강행하겠다는 검찰개혁>에서 이 대통령과 김 총리 발언을 전하며 "검찰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던 정 대표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회동 결과는 달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검찰개혁은 민주당 스스로 밝히고 있듯 ‘불가역적’이다. 조직과 인력, 역할이 송두리째 바뀌는 만큼 한번 시행되면 아무리 부작용이 커도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의 1차 검찰개혁인 수사권 조정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은 상당하다. 검찰과 경찰의 보완수사 ‘핑퐁’에 2020년 142.1일이던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이 지난해에는 312.7일로 두 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검찰개혁 필요성은 두말할 여지 없지만, ‘추석 전’이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선 검찰개혁은 땜질식으로 여러 번 할 수 없고 한 번 하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백 번 옳은데, 왜 물러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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