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퇴와 선거 출마 선언 얘기다.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기로 작정한 듯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따질 전문성은 없으므로 이에 대한 평가는 자제하겠다. 다만 두 명의 대법관이 남긴 반대의견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흥구·오경미 두 대법관은 다른 의미가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 오직 검사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해 사실상 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에 대해 비교적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수의견이 확립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허위사실인지 여부는 첫째로 일반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를 중심에 놓아야 하고, 둘째로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경우라면 더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기준을 선거의 공간이 아닌, 국회에서 진행된 경기도 국정감사와 같은 경우에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사실상 법관이 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 되어 유무죄 판단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검사가 기소만 하면 법관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유무죄 판단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오해를 막기 위하여 당연한 얘기를 하자면, 선거의 공간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면 여전히 처벌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토론회에서 악의를 가지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 주장한다거나, 계획적으로 공보물 등에 거짓된 사실을 적는다거나, 이러한 바를 문자 메시지 등으로 홍보한다거나 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번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두 대법관들은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 대법관들의 판단에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더 강화하는 것은 그간의 절차이다. 대법원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부터 이미 제기되어 왔다. 만일 대법원이 통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상태에서 이런 결론이 나왔다면 그나마 논란이 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정치적 인화력이 강한 사건이 상당한 의구심에 싸인 상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되었으므로 논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례적 행보는 필연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을 정치적 논란에 흽싸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데, 그러한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밀어 붙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사건 자체가 일종의 ‘별건 기소’의 차원에서 여기까지 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문제 발언은, 이 발언이 선거 국면을 크게 바꾸었다거나 여론을 뒤흔들었기 때문에 기소의 대상이 된 게 아니다. 아마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더라면 큰 논란이 되지 않은 상태로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은 발언들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재명 후보의 이 발언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이유는 이른바 대장동, 백현동 사건의 ‘별건’으로 판단한 영향이 커보인다. 이 발언의 목적을 대장동, 백현동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규정하고 유죄를 받아낸 이후, 이 유죄 판단을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 자체가 대장동, 백현동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논리의 연결 고리로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시각이다. 선거와 크게 직접적 관계도 없어 보이는 발언이 이렇게까지 된 건 이런 사연이 작용한 게 아닌지 강하게 의심된다.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대법원 판결 직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사의를 밝히고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를 두고 잘 짜인 극본 같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대법원과 한덕수 전 총리가 손발을 맞췄다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 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한 보수세력 전체가 이 사안을 자기 중심의 단일화와 ‘반명 빅텐트’ 등 구상 관철에 활용하려 할 것임은 자명하다.

한덕수 전 총리는 자신의 출마 명분으로 개헌, 통상 및 경제, 국민 통합, 약자 동행 등을 꼽고 있다. 이는 한덕수 전 총리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는 보수세력 전체의 기획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한덕수 전 총리는 이러한 기획 전체를 부정하는 존재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 언론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국 등 국가가 선거를 의식해 빨리 성과를 낸 것처럼 하고 이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출마를 하는 바람에 국익이 훼손될 위협이 생겼다고 볼만한 주장이다. 또 한덕수 전 총리는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부적절한 인물을 대통령 몫 재판후보에 추천하는 등 협치의 가능성을 없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왔다. 한덕수 전 총리가 스스로 말한 가치를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없는 인사가 바로 한덕수 전 총리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의 조성은 각 지지층의 결집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남은 대선 기간을 이재명 후보의 재판 일정, 유부죄 여부 등의 이슈로 채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더 유리한 일이 될 수 있다. 파기환송심을 거친 후 또 한번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확정되지 않는 한,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은 박탈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게 남은 선택지는 주사위를 던지라고 외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해프닝일 뿐”이라고 했다는데, 본능적으로 이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 아닌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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