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공표 금지 기간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대선 판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보수층이 결집하고, 결집한 보수층 일부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쏠리는 현상이 보이는 정도인데 이는 예상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게 선거이다. ‘골프와 선거는 고개 쳐드는 순간 진다’는,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점에서 ‘디자인드 바이 여의도’다운 선거판 격언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앞서가는 후보라 하더라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중도층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그들의 마음을 잃을 만한 변수는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3일 서울역 대합실 TV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서울역 대합실 TV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 점에서 TV토론은 부담이 될 수 있는 기회이다. 실제 1차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득점보다는 실점에 가까운 결과를 맞닥뜨리게 됐다고 볼 수 있다. ‘120원 커피’, ‘호텔경제학’ 등의 이슈가 보수층 결집의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은 사법리스크나 사법부 압박 행태 등에 집중되었다. 이런 공격은 지금까지 수많은 기회를 통하여 이미 제기됐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선거 구도에 이미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큰 변수가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120원 커피’와 ‘호텔경제학’ 논란은 경제를 떠올리게 하는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주제로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재명 후보가 실제 집권을 할 경우 어떤 경제정책을 펼 것인가의 문제를 새삼 생각하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스윙보터들이 연상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이다. 이러한 실험적 정책을 통해 다시 자영업자를 비롯한 일부 유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식의 담론이 형성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게 거의 일주일 동안 국민의힘이 ‘120원 커피’와 ‘호텔경제학’을 집요하게 공격한 이유이다. 실제 한동훈 전 대표는 26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무능하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위험하다는 ‘무능 프레임’에 가둬야 한다. 그 방식은 국민의 시각에서 쉽고 명쾌해야 한다. 이 후보의 ‘호텔 경제론’을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인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을 연상시키도록 ‘노주성(노쇼 주도 성장)’으로 부르고,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법을 ‘김어준 대법관법’이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말하는대로, ‘120원 커피’, ‘호텔경제학’으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고 본 보수진영은 다시 ‘사법 독재’ 프레임으로 흐름을 이어가려고 했다. 조선일보가 26일 국민의힘의 ‘김어준 대법관’ 등 주장을 지면에 싣고 베네수엘라 등의 사례를 배치한 것은 이런 모양새다. 이날은 법관대표회의도 열리는 날이다. 만일 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입장이라도 나오면 이재명 후보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연타를 맞게 된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가 이날 대법관 100명 증원안과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을 가능케 하는 법 개정안을 철회한 것은 이러한 연쇄적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보수언론의 시각은 ‘사법 독재’ 프레임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지만, 이 문제는 이것 이상을 논해야 하는 사안이다. 가령 대법관 100명 증원과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은 ‘사법 독재’ 우려가 아니더라도 불필요하거나 과하다. 따라서 굳이 추진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 자체는 사법부 구성원들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경우 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대법관 증원은 하지 않기 위해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 청와대와 거래해 ‘사법 농단’이란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 부정적인 결과로 치달았지만 이 사례 역시 대법관 증원 논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처럼 대법관 증원 자체가 정권의 사법부 장악을 가능하게 하는 논의인 것처럼 다루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부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러한 사태의 시작은 대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부터 시작됐다. 보수언론은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는 이유로 사법부를 압박해선 안 된다’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지만, 논란이 된 대법원의 판결은 단지 당사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문제인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되는 절차를 대법원장이 부자연스럽게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도록 했고, 이례적으로 신속한 절차를 거치도록 했으며, 파기환송을 할 거면서 굳이 생중계를 했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일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이 해소되는 것과 함께 이루어져야 실효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을 지배하는 ‘프레임 전쟁’ 속에서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은 어렵다. 그런 점에서 법관대표회의의 결론이 대선 이후로 미뤄진 것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남는 것은 선거공학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남는 변수는 결국 설화 등의 돌발변수일 수밖에 없다. 이미 아스팔트 보수 활동으로 기대치가 낮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나 집권 가능성이 낮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경우는 이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결국 집권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후보가 문제다. 앞서 ‘120원 커피’, ‘호텔경제학’, ‘김어준 대법관’ 등의 프레임이 이미 형성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말을 아끼거나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면 그것 또한 실점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최소한의 할 말은 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으면서도, 실수하면 곧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수습하는 정공법만이 가능한 최선의 수라고 말할 수 있다. 집권이 유력하다지만, 마지막 남은 변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대선 이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