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와 관련해 '물병을 던졌냐 안 던졌냐', '장갑차냐 군용차냐' 등의 문제로 언론보도에 대한 법적 조치를 벼르고 있다. 또 내란 핵심관계자들의 증언이 달라지자 언론 보도를 문제삼고 있다.  

지난 20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국이 불안정하고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사실 확인이 안 된 가짜뉴스가 왕왕 나오고 있다"며 "당에서 가짜뉴스 대응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물병을 투척하고 막말했다는 녹취록이 보도되자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안보 협의 위한 여야정협의체 참여 결정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안보 협의 위한 여야정협의체 참여 결정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은 "금주부터 당 미디어특위에서는 가짜뉴스TF팀 가동에 들어간다"며 "팩트체크가 부실한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성과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자극적 기사로 갈등을 유발하고, 부정직 인심을 심고 있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물병 내리쳤을 뿐" 

JTBC는 지난 19일 단독 보도< "한동훈에 물병 세례도"…녹취로 드러난 당시 의총장 분위기>를 리포트했다. JTBC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 상황을 담은 녹취를 입수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한동훈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의총장에 쏟아졌다. JTBC는 한동훈 대표가 '비상계엄을 제가 한 게 아닙니다'라고 말하자 "이때, 한 대표에게 물병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한 의원이 "물병을 집어던지고 울고불고하는 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9일 기사 <귀에 대고 “배신자”… 탄핵찬성의원에 ‘학폭’ 같은 행동하는 與의원들>에서 "국회에서 마주치면 악수도 거부하고, 심한 경우 가까이 와서는 '배신자'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가더라"라는 한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왕따나 따돌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이 가해지니 초재선 의원들이 쇄신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며 "변화를 원하는 의원들끼리 소통은 있지만 '나도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무서움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찬성파뿐 아니라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악수를 일부러 하지 않거나, 피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학생들도 잘 하지 않을 이지메(집단괴롭힘)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JTBC '뉴스룸' 19일 단독보도 썸네일
JTBC '뉴스룸' 19일 단독보도 썸네일

이에 지난 20일 이상휘 위원장은 '호소문'을 내어 "당의 노력을 폄훼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허위보도가 나간 데 대해 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JTBC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저 자신이 그 의총장에 있었는데 물병을 던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한 의원이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물병을 자기 자리에서 내리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제보자가 꾸며낸 내용으로 추정된다. 물병 세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몇 명에게만 물어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보도가 나간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제보자가 꾸며낸 이야기를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제가 아는 한 우리당 의원들은 그런 수준 이하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도 극단적 폭력성을 보이거나 이지메라고 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언론인의 사명은 진실 보도에 있다. 제보자가 악감정을 가지고 없는 사실을 꾸며냈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확인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했다. 종합하면 '내가 현장에 있었다' '내가 아는 한 우리당 의원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의 반박 근거다. 

2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상휘 미디어특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2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상휘 미디어특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군용 차량'을 '장갑차'로 둔갑시켰다" 

이상휘 위원장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어 "대통령 탄핵 관련 가짜뉴스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언론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올린 SNS 글을 인용하면서 '군용 차량'을 '장갑차'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최초로 '장갑차' 표현을 쓴 언론을 뉴스1으로 특정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분명히 '군용 차량'이라고 썼는데 무슨 이유로 좀더 호전적인 '장갑차'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며 "혼란한 시국일수록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 주실 것을 언론인 여러분께 당부드린다. <뉴스1> 측의 합리적인 해명과 정정을 기대하며, 다른 언론사에서도 관련 보도를 올바르게 정정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러 언론에서 계엄 선포 당시 장갑차가 출동한 사실이 없음에도 장갑차가 출동한 것처럼 기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장갑차가 아니고 정식 용어는 소형 전술 차량"이라고 했다. 유용원 의원은 "이번에 출동한 것은 모 공수여단 소속 두 대가 출동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는데, 기갑수색형이라고 불리는 형태가 출동을 했다"며 "노란 직사각형 선으로 표시된 곳이 원래 기관총을 장착할 수 있는 부분인데, 무장 기관총 없이 비무장으로 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새벽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군용차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시민을 촬영한 영상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 분 꼭 찾아주십시오"라고 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장갑차'를 "적의 총포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차체를 강철판으로 덧씌운 차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이 계엄 선포 당시 서울 여의도 도로에서 발견된 군 차량에 관해 장갑차가 아니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2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이 계엄 선포 당시 서울 여의도 도로에서 발견된 군 차량에 관해 장갑차가 아니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비상계엄 핵심관계자 증언 선택적 활용 

국민의힘은 계엄군 국회 난입을 현장에서 지휘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도 그의 증언을 '가짜뉴스' 판별 근거로 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일부 단체, 언론이 사실을 호도해 국민을 자극하고 격분시키는 허위·왜곡·과장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잇따라 터져 나온 일부 군 지휘관급 인사들의 이른바 양심고백이 점차 수사기관에 의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이들의 주장이 민주당과 언론을 향한 구애이자 자기 구명 목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은 노들섬 헬기 전개 훈련과 관련해 김현태 단장의 증언이 뒤바뀐 점을 가짜뉴스 근거로 제시했다. 김현태 단장은 지난 9일 첫 기자회견에서 올해 4~5월 국회 인근 노들섬에서 전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현태 단장은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오물 풍선 등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는 훈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신의 정보망으로는 북한 도발 가능성이 감지되지 않아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계엄을 대비한 특전사 헬기 착륙 훈련이 사전에 장기간 이뤄진 것 아냐니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김현태 단장은 지난 18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노들섬 전개 훈련에 대해 "비상계엄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평소에 저희 부대가 하는 훈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현태 단장은 '연초부터 비상계엄 대비 훈련이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했다. 유상범 의원은 이를 두고 "지난번 자신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정반대의 인터뷰"라고 비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김현태 단장의 다른 증언은 유상범 의원에게 가짜뉴스 판별 수단이 됐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707특임단에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 2일부터 출동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특전사령부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707특임단이 실탄·공포탄 5900발, 테이저건 카트리지 100발을 반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현태 단장은 검찰 조사 후 "2일까지는 아무 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탄 보도와 관련해서도 "실제 가져간 실탄은 1920발이고 테이저건 탄은 아예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김현태 단장은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계엄군 투입 인원 감금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 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상범 의원은 "김현태 단장이 이들의 주장과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반응했다.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이 바람을 잡으면 친야 성향의 언론과 시민단체가 전방위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나서는 특유의 단골 레퍼토리가 여지없이 시작되고 있다"며 "극단적인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독버섯 같은 선전선동과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벌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 등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벌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 등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까지 알려진 계엄군 실탄 불출 규모는 약 1만발이다. 군은 계엄군이 실탄을 현장에 가져가기는 했지만 병력 개인별로 지급을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계엄군의 무장 수준과 병력 규모에 대해 수사 진행을 이유로 답변하지 않거나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계엄군 투입 병력을 지난 2주 간 사실상 감금상태로 관리했다는 의혹은 군인권센터가 지난 17일 제기했다. 영내대기를 시키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군인권센터는 17일 영내대기가 해제되면서 당사자 등으로부터 제보내용을 사실로 확인,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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