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반부패 총괄기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제재할 수 없다'며 종결처리했다. 권익위는 '공직자 배우자는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1분 브리핑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권익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조사하지 않은 채 '면죄부' 판단을 내리면서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 최근 드러난 김건희 씨와 최재영 목사 간 대화로 알선수재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권익위 발표 내용을 요약한 기사 1꼭지를 지면에 게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 긴급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배우자에 대하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제재하라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며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하여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신고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권익위는 법정 신고 사건 처리기한인 '최장 90일'을 훌쩍 넘겨 6개월 만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면서 30분 전에 기자단에 공지를 했다. 또 기자단 질문을 받지 않은 채 1분여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크게 ▲직무관련성 ▲윤석열 대통령의 사건 인지·신고 의무 이행 ▲대통령 기록물 등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 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권익위는 앞서 KBS 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전수·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을 조사하지도 않고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명품백 수수 사건은 김건희 씨와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 간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드러나면서 대가성 논란이 더해졌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재영 목사는 2022년 6월 20일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관련해 "국가 원로로서 제대로 국정자문위원을 임명해주면 좋을 듯하다"는 메시지를 김건희 씨에게 보냈다. 이어 최재영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한 '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FMC)가 방한한 다음 날인 2022년 7월 10일 김건희 씨에게 '대통령 내외 접견'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건희 씨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10일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정부 세종청사에서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 긴급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해당 브리핑은 1분 20초만에 종결됐다. 기자 질의응답 순서는 없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갈무리)
10일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정부 세종청사에서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 긴급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해당 브리핑은 1분 20초만에 종결됐다. 기자 질의응답 순서는 없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갈무리)

11일 한국일보는 기사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쟁점 뭉갠 권익위, 의구심만 증폭시켰다>에서 "종결 사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사기관 이첩 등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며 "마침표를 찍으면서, 왜 그랬는지를 생략한 조사 결과 발표, '권익위가 사실상 아무 판단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직무관련성' 쟁점과 관련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서면으로 신고했는지 여부, 해당 금품을 반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여부"라는 참여연대 비판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게다가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측 주장이긴 하지만, 검찰은 현재 최재영 목사의 '제3자 인사 청탁' 등 의혹을 두고 진상 규명 중"이라며 "하지만 권익위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기관인 검찰에 공을 넘긴 셈이 됐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김건희 씨가 수수한 명품백이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에 보관 중이라는 여권의 주장도 '사후관리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였다며 "하지만 권익위는 이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그 결과 대통령실이 별도 설명을 하지 않는 한, 의문만 계속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여권은 국고에 귀속된 대통령기록물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대통령기록물법상 국고로 귀속되는 대통령 선물은 직무수행에 관련된 것,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명품백이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냐'는 비판이 일었다. 

중앙일보는 10일 기사 <[단독] 김건희 명품백 종결 권익위…尹 ‘불소추 특권’도 따져봤다>에서 15명의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권익위의 최종 발표는 종결이었지만 내부 회의에선 '수사기관에 이첩 또는 송부해야 한다'는 위원들도 있어 투표 끝에 다수결로 결론을 내렸다"며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최 목사에 대해 각각 세 번의 투표를 했는데 1~2표 차로 종결로 결론 난 경우도 있었다. 권익위 실무진도 종결 처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11일 경향신문은 사설 <김건희 명품 백 면죄부 준 권익위, 존재 이유 없다>에서 "청탁금지법은 엄연히 공직자 배우자에게도 적용된다. 공직자에 대한 금품 제공이 배우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며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보면 김 여사는 접견 전에 최 목사가 자신에게 어떤 브랜드의 명품을 건넬지까지 알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청했고, 이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과 연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알선수재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권익위는 디올백 수수와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윤 대통령의 디올백 수수 인지 여부 등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권익위가 다른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의혹 사건도 이렇게 '조사' 없이 '논의'해서 처리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경향신문의 1면 톱기사 제목은 <결국 ‘배우자’는 명품백 받아도 된다는 권익위>이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 여사 6개월 만의 출국 당일 면죄부 준 권익위>에서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에 부정적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며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당연히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출국했다"고 썼다. 김건희 씨는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명품백 수수 사건 발발 이후 첫 해외순방으로, 김건희 씨는 이날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고 적힌 에코백을 들었다. 

한겨레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명품 가방과 고가 화장품 선물에 대해 '청탁의 의미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샤넬 화장품은 윤 대통령 취임식 날 국빈 만찬에 초대해준 데 대한 답례였다는 것"이라며 "또 화장품을 건넨 뒤에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단순히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형량이 더 센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김 여사뿐만 아니라 최 목사와 만남 일정 등을 조율한 행정관 2명도 이번 순방에 동행시켰다. 이들은 김 여사를 소환하려면 사전에 반드시 조사해야 할 핵심 참고인"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까지 데리고 갔다는 것은 검찰 수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으로서 검찰 수사가 못마땅하다면 재발 방지 대책이라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막무가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2면 기사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권익위 “제재 규정 없다”>에서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부적절하게 받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참여연대의 신고가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내용 외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이미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권익위가 사건을 별도로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 서울신문은 9면에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종결>, 세계일보 11면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위반 없다” 종결>, 국민일보는 4면에 <김여사 명품가방 의혹에… 권익위 “제재규정 없다”>기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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