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반부패총괄기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가 추석을 앞두고 '공직자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해도 된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건희권익위원회'의 추석 메시지라는 야당 비판이 제기된다. 

권익위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와 SNS계정에 '2024 추석 명절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카드뉴스를 게재하고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원까지 선물도 가능하다"며 "공직자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이라고 홍보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의 청탁금지법 해석에 따르면, 김건희 씨가 수수한 명품백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어 윤 대통령에게는 신고할 의무가 없다. 명품백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물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외국인(재미교포)이기 때문에 이는 '대통령기록물'이 된다는 주장이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이러나 저러나 신고 의무가 없는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최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는 청탁금지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결과를 보고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도 보고가 이뤄졌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은 ▲명품백 선물은 개인적인 감사의 표시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신고 의무 없음) 등의 논리로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앞서 대통령실 행정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품백을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깜빡' 잊어버려 못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건희 씨를 수사하면서 '총장 패싱-출장 조사'를 진행해 특혜 논란을 빚었다.

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 여러분, 김건희 여사에게 주는 선물에는 금액 제한이 없다"며 "이것이 '건희권익위'의 추석 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권익위판 블랙코미디 잘 봤다"며 "윤석열 정권이 끝날 때쯤 권익위 해체 여부가 논의될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왼쪽에서 다섯번째)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추석명절 청탁금지법 바로 알기' 카드뉴스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왼쪽에서 다섯번째)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추석명절 청탁금지법 바로 알기' 카드뉴스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최고위원은 "오늘의 주제는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권력기관 못난이 삼형제 '건희 검찰' '건희 권익위' '건희 감사원'"이라며 "명절 선물가액 한도의 엄격한 기준을 그동안 제시해 와 경제단체로부터 늘 볼멘소리를 듣던 권익위가 이번 추석 명절에는 내수 경기 진작을 할 수 있는 아주 기발한 통 큰 대책을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전 최고위원은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잘 교육해 줘서 고맙다고 학부모가 음료수 한 병을 선물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또 스승의 날 학교에서 카네이션마저 사라지게 만든 권익위였다"며 "그런 권익위가 선생님의 배우자에게는 수백만 원의 명품백을 마음껏 선물할 수 있다고 면죄부를 공개적으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최고위원은 "금액 제한도 없다고 한다. 이제 공직자에게 직접 선물하면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공직자 배우자에게 우회해서 주면 무제한 허용된다"며 "권익위가 대놓고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탈법 수단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

앞서 권익위 홈페이지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조그마한 명품백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대통령 부인께 300만 원 상당의 우리 전통의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문의드립니다', '고위공직자 부인에게 선물주고 청탁해도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지인이 검은머리 외국인인데 한국 고위공무원 사모님께 선물하고 싶다고 합니다' 등의 문의글이 쇄도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남편이 교육공무원인데 그동안 학생들한테 선물 한 개도 안 받았다"며 "이제부터 배우자인 제가 받으면 되는 건가. 물론 학생들이 뭘 바라는 건 아니고 순수한 마음에 선물하는 것일 텐데 영부인이 받으시는 걸 보니 그동안 안받은 게 억울해졌다. (중략)혹시 학생들 국적을 확인하고 받아야 하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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