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야권 추천위원들의 반발에도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처리하지 못한 민원에 대해 심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선방심의위 잔여 민원을 방통심의위가 처리하기로 의결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22대 총선 기간 접수된 민원을 선거방송심의위가 도맡아 발생한 사건으로 풀이된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지난 3~4월 접수된 대부분의 심의 민원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심의결과 및 후속처리에 관한 건’이 보고됐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선방심의위가 2023년 12월 11일부터 2024년 5월 9일까지 총 137건을 심의했다면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은 201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 결과 ‘방통심의위의 자율적 판단’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선방심의위가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묻는 질문에 “안건 개수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2024년 3월 방송분부터 4월 방송분에 대해 선방심의위가 거의 심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무처는 ‘이전 선방심의위에서도 이 같은 의결 과정이 이뤄졌나’라는 질의에 “그전 선방심의위는 대부분의 민원을 처리했다”면서 “일부 미처리 건에 대해 이첩받은 사례가 있지만, 이런 의결 자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선거방송 심의 기간 동안 선방심의위원회가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책임질 사안”이라며 “선기 기간이 90일이라고 보면 선방심의위가 1/3 이상의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해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선거 방송이 아닌 일반 방송에 대해서도 심의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애초에 선방심의위와 방통심의위는 설치 목적, 위원 구성, 심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엄격하게 구분했어야 했다”면서 “이런 구분 없이 방통심의위가 선방심의위 안건을 심의하면 선방심의위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선방심의위 민원을 심의하고 제재하는 것에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민원 내용을 백서로 남기고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민원인이 일반 심의로 심의를 받기를 원하면 사무처가 민원을 재신청하도록 안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선방심의위 규정 어디에도 민원 취지에 따라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류희림 체제에서 구성된 선방심의위가 ‘민원인이 선방심의위 안건이라고 하면 그대로 선방심의위에 상정’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구성에 동의한 여권 추천 위원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선방심의위 잔여 민원 처리 결정에 참여할 정당성이 없다. 결정을 못하니까 당연히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수의 여권 추천 위원들은 선방심의위의 잔여 민원을 방통심의위가 심의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대국민 행정기구로서 (잔여 민원을)폐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방심의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면 일반 규정을 적용해 처리해야 한다. 신속심의 안건으로 빨리 처리하는 게 오히려 법치주의에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은 “선방심의위는 방통심의위와 완전 별개의 조직이 아니다”라며 “그분들의 인건비나 이런 것이 방통심의위 비용으로 나가는 것이잖나. 선방심의위의 민원을 폐기 처분하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이전 기수 방통심의위가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다음 기수에서 폐기하지 않는 것처럼 선방심의위에서 심의를 못했다고 안건을 폐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문재완 위원은 “선방심의위의 기능을 방통심의위가 받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민원을 이첩받는다는 의견”이라면서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는 완전히 별도의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선방심의위의 규정의 특수한 부분은 방통심의위가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선거일 이후 30일이라는 기간 동안 선방심의위가 처리하지 못한 것은 자신들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논의는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나중에 법정제재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방통심의위가 처리하다 그다음 위원회로 넘어가는 사안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권 추천 위원 전원이 ‘선방심의위 민원’ 이첩에 대해 찬성했다.

해당 안건 의결 직후 류 위원장은 “이것으로 의결 사항을 모두 마치고 기타 사항으로 넘어가겠다”면서 “사무총장은 차기 회의 일정을 말해달라”고 말했다. 차기 회의 일정을 보고받자 류 위원장은 곧바로 폐회를 선포했다. 김유진 위원은 “기타 안건에서 할 말이 있었는데 왜 안 물으시냐”라고 반발했다.
류 위원장은 “차기 회의 일정 얘기하는데 아무 말씀 안 하시길래”라고 말했다. 김 위원이 “이런 식으로 회의를 운영하지 말라”고 말했으나 류 위원장은 “다음에 말하라. 회의는 끝났다”고 말하고 퇴장했다.
김 위원은 이후 기자들에게 “미국 출장에 대한 성과가 하나도 없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회의가 이렇게 종료돼) 어이가 없다”며 “차기 회의에서 분명히 얘기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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