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건희 모녀 23억 주식 수익 논란’을 논평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중징계인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선방심의위는 CBS 측 의견 진술자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반면 의견진술자가 선방심의위의 지적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YTN은 행정지도를 받았다.

선방심의위는 25일 회의를 열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이언주 전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당선자)이 출연해 ‘김건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3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검찰 수사 기록에 대해 논평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 전 의원은 “국민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이라며 “대통령이 (대선 때) 4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얘기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처가가 23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23억 원의 이득을 봤다’라는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언급하면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여론을 호도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CBS는 서면 진술서를 통해 ▲김건희 씨 관련 내용이 선방심의위 심의 대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언주 전 의원의 발언은 돌발적으로 나왔으며 해당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대상이다 ▲이언주 전 의원 인터뷰 전날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단독 인터뷰가 있어 균형을 맞췄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유창수 CBS 제작1부장은 “선거방송심의 규정을 아무리 찾아봐도 김건희 여사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라는 조항을 찾을 수 없다”며 “선방위 기준으로 보면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부정적 표심 영향을 주는 것이고, 강력범죄 보도를 해도 치안 문제로 불거져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일 텐데 아직도 어떤 근거로 선거방송이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문했다. 

유 부장은 “이날 방송 주제는 대통령 신년사에 명품백 문제가 포함될 것인지 여부라며 이언주 전 의원이 23억 원에 대한 얘기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여당 쪽 정치인이 출연하면 야당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제기를 할 텐데 그 모든 것을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이언주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진행자는 반론을 제기했고, 또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정부 쪽 인사가 여러 차례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방심의위는 CBS의 서면진술서와 의견진술자의 태도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김건희 여사 문제는 선거 기간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김건희 여사는 후보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방심의위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진술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명단. 주로 보수언론단체인 ‘공언련’과 ‘TV조선’ 관련 인물, 류 위원장의 지인 등이다.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명단. 주로 보수언론단체인 ‘공언련’과 ‘TV조선’ 관련 인물, 류 위원장의 지인 등이다.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의견진술서인지, 심의위원회와 한 판 붙자는 반박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이언주 전 의원의 발언이 돌발적이라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결국 이 프로그램(책임)은 이언주 전 의원이 아니라 담당 PD와 제작진이 지는 것”이라고 했다. 손 위원은 “의견진술 태도나 내용을 볼 때 선방위의 논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방송의 기본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해당 안건은 선방심의위에서 가장 쟁점적인 사안이었다”면서 “심의 자체를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대단히 부적절하다. 해당 안건들은 주요 쟁점이었고 매번 논의를 거쳐 제재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은 “해당 방송의 맥락을 보면 김건희 수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이 이뤄졌고, 대선에서 그런 점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라며 “또 이언주 전 의원의 발언 내용은 다른 보도에서도 비슷하게 언급된 바 있다.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명백하게 사실로 드러난 부분만 보도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제재 4인, 행정지도 3인, 문제없음 1인으로 의견이 갈려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의견진술 이후 회의에 참여한 김문환(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위원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면서 다수결에 따라 법정제재가 결정됐다. 백선기·최철호·손형기·권재홍·박애성(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위원이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내면서 ‘경고’가 의결됐다. 김문환 위원은 최고수위 징계인 '관계자징계' 의견을 냈다. 

최근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는 '김건희 모녀 24억 원 수익' 관련 보도에 대해 연이어 중징계를 내고 있다. 선방심의위는 앞서 동일한 내용을 다룬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 ‘경고’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YTN <이브닝 뉴스, 뉴스나이트>에 법정제재 '경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주의'를 처분했다.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특별사면을 두고 사실상 ’0일 수감‘이라고 전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는 제작진 의견진술 끝에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선방심의위는 YTN의 태도를 감경 사유로 들었다. 

YTN 의견진술자는 “타 언론사에서 ’0일 수감‘이라고 쓴 것을 뉴스프리핑 코너에서 전한 것”이라면서 추후 사실 확인을 거치고 관련 내용 대해 정정 방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YTN 의견진술자는 “팩트 체크가 불가하거나 애매한 아이템은 과감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겠다. 패널과 관련해서도 중립적인 면이 부족하면 제작진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철호 위원은 “MBC 등 명확한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이 담긴 진술서를 보다가 문제를 인지하고 시정 조치된 것들이 담긴 의견서를 보게 돼 반갑게 생각한다”며 “사과도 했고, 진행자를 교체한 부분을 보면 개선의 의지가 있어서 행정지도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백선기 위원장도 “타 방송에서 보지못한 정정방송을 했고, 오늘 YTN의 의견진술 태도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면을 봤다”고 말했다. 다수 위원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내면서 ‘권고’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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