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에서 지난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백선기 성균관대 교수)의 심의·제재는 '참사였다'는 내부 직원의 양심고백이 나왔다.
당시 민원과 관련해 선거방송에 해당하지 않고, 심의규정 위반 정도가 미약하다는 검토의견이 작성됐지만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이 '모든 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하라' 지시했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은 선방심의위가 MBC에 내린 중징계를 취소하라고 결정하면서 심의 대상 방송이 선거방송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선거방송 심의의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는 지적이다.

18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경 방통심의위 직원 내부게시판에는 22대 총선 당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방송분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심의담당자 A 씨의 글이 게재됐다. 직원A 씨는 "부당하게 이루어진 선방심의위의 중징계 결정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후회와 책임감으로, 이번 대선 선방심의위에 임하는 선배와 동료, 후배들에게 제언을 드린다"고 말했다.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재판장 진현섭 부장판사)는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선방심의위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MBC 무더기 징계 중 첫 번째 '취소' 판결이다. 선방심의위 제재는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확정하기 때문에 소송 발생 시 당사자는 방통위가 된다.
법원이 취소한 징계는 지난해 2월 선방심의위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내린 '관계자 징계'다. 선방심의위는 ▲진행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진행자와 출연자가 정부와 남북관계를 비판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친일 집안 출신이라고 논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 씨는 "당시 선거방송 심의가 이루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법원의 '관계자 징계' 취소 판결은 예견된 것이었다"며 "해당 방송은 선거 방송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고 통상의 방송심의 절차에는 '기존 심의사례에 비춰 심의규정 위반의 정도가 미약'해 '시청자민원 검토의견 보고'를 통해 위원회 보고 이후 종결 처리할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선거방송심의지원단에서 선방심의위에 '시청자민원 검토의견 보고'를 건의했지만 선방심의위원장은 이를 거부하고 모든 민원을 안건을 상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방통심의위 사무처에 '민원의 취지를 최대로 반영해서 안건을 상정하라'고 요청했고, 이후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민원은 모두 선방심의위로 보낸 것으로 미디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는 방송내용이 선거방송 심의·제재 대상에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관련기사▶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선거방송심의 규탄에 나선 이유)
A 씨는 "이례적인 지시의 목적인 비상식적인 결과가 설명한다"며 "특정 정당과 보수 언론단체의 일방적 주장이 가감 없이 적시된 채 잇달아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관계자 징계 14건, 경고 9건, 주의 7건 등 30건의 법정제재와 53건의 행정지도라는 유례없는 참사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이러한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처음부터 '답장너' 심의를 한 선방심의위원장과 일부 위원들, 그리고 그들을 추천한 류희림 씨에게 있다"며 "21대 대선을 앞둔 지금, 탄핵을 반대하고 내란을 옹호한 사람이 선방심의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1년 전의 참사가 재현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조기대선 선방심의위원으로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을 추천했다.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인 오 위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언론의 백골단 비판 보도를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조기대선 선방위원, 계엄 3일 뒤 칼럼 "탄핵은 안 된다")
A 씨는 "저 또한, 과거 잘못된 선거방송 심의를 막지 못한 직원으로, 대선 선방심의위를 두고 고심하는 직원들의 동료로서 선배와 동료, 후배들에게 반복된 선거방송 심의 참사의 오명을 피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A 씨의 글에는 '파행적 선방심의위 운영에 일조했다는 죄책감을 오래도록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선방심의위는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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