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통심의위원회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이 상정한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긴급심의에 대해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무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발 속에 여 추천 위원들의 주도로 류희림 보궐위원이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민영 위원 해촉을 재가했다. 이로써 방통심의위는 여야 4:3 구조로 재편됐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난 6일 정민영 위원 해촉을 예상한 듯 이날 오후 3시 위원장 호선 안건의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긴급 전체회의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은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긴급안건 상정’을 강행한 황성욱 직무대행을 비판했다. 지난 5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황성욱·허연회 위원은 긴급안건 상정을 강행했다. 

당시 김유진 위원은 “‘국회에서 논의됐다’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긴급심의에 올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황 직무대행이 표결을 강행하자 퇴장했다. 황 직무대행은 김 위원의 퇴장을 기권표로 처리했다. 결국 황성욱 직무대행·허연회 위원 찬성, 김유진 위원의 기권으로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윤성옥 위원은 황 직무대행의 표결절차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회의는 출석위원 전원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 2항을 거론하며 “찬성 2표, 기권 1표로 긴급심의 안건 상정은 부결된 것이다. 황성욱 직무대행이 부결된 것을 가결된 것이라고 잘못 처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직무대행이 전 국민이 관심 갖는 사안에 대해 긴급심의한다고 잘못 알려 대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것은 사퇴 사유가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지난 5일 방송소위에서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밝히고 퇴장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제 표를 기권 처리하고 표결로 결정했다고 하더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두 명의 위원만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부결된 것이다.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다음 주 방송소위에서 관련 안건을 빼달라”고 말했다.

이에 황성욱 직무대행은 “그 부분은 처음부터 재적이 5인 미만인지, 재적은 5인인데 기타 사항으로 줄어든 것인지 해석이 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의 절차를 통해 다투라”며 “오늘 의결 사항은 분명히 위원장 호선에 관한 것이니까 이의가 있는 분들은 별도로 법적대응을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직무대행이 가결됐다고 선포하는 바람에 전 국민이 긴급심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혼란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못하고 있는데 확실하게 대답해 달라”고 따졌다.

이에 황성욱 위원이 방통심의위 법무팀에 “소위가 처음 구성될 때 5인으로 구성되고 중간에 해촉이 있어서 4인일 경우 5인 회의체라는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법무팀은 그렇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황 위원은 이어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려 하자 야권 추천위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8일 류희림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8일 류희림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퇴장 전 김유진 위원은 “절차가 위법하면 그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이번 긴급심의 안건의 경우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 그렇게 해서 아무리 강한 제재를 한들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성옥 위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의 해촉과 류희림 보궐위원의 위촉이 1초도 차이나지 않고, 권익위 발표는 오전 11시 30분, 대통령의 해촉은 2시 25분, ‘위원장 호선’ 전체회의가 오후 3시에 열렸다. 어떻게 이게 작전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위원 3인이 퇴장한 상황에서 야권 추천 위원 4인은 류희림 위원장 호선을 강행했다. 이날 류희림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가짜뉴스 척결'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몇몇 방송사들의 허위조작뉴스의 폐해를 너무나도 실감하고 있다. 오는 12월 출범하는 내년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선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영상콘텐츠 심의 확대 ▲신속심의 TF팀 구성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난 5일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해당 보도들에 대한 중징계를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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