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을 거론하며 "선거법 등 개정 과정에서 가짜뉴스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은 선거 전 3개월 동안 온라인플랫폼에 허위정보를 게시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강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언론계와 야당은 정보조작대처법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보조작대처법'의 효력이  프랑스에서 발휘된 적도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은 사법부 판단 이전에 여권 우위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가 가짜뉴스를 심의·차단토록 한다는 점에서 프랑스보다 더 큰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드러난 '가짜 인터뷰 대선 공작 게이트'는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선 3일 전으로 정교하게 날짜를 맞춰 단기간에 검증하기 어려운 가짜뉴스를 터뜨렸다"며 "만약 가짜뉴스 정치 공작으로 실제로 대선 결과가 뒤집어졌다면, 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붕괴가 아니고 뭐겠나"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에 대한 비난 발언이다. 

윤 원내대표는 "선거를 방해하고 조작하는 이런 범죄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국민주권을 찬탈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중략)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세계에서 가장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인 프랑스조차 선거 전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의 허위 정보를 규제하는 '정보조작대처법'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선거법 등 개정 과정에서 가짜뉴스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가짜뉴스'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한 엄벌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은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허위정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모호하고, 판사가 짧은 시간 내에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표현물에 대한 법적 강제조치를 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기준을 둘러싼 논란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 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11월 프랑스에서 제정된 '정보조작대처법'은 선거 이전 3개월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과 SNS에서의 정보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정보의 배포를 '판사'가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부, 선거 후보, 정당, 시민단체 등은 선거기간동안 판사에게 허위정보에 대한 개입을 요구할 수 있고, 판사는 신고된 내용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보조작대처법'에 삽입된 선거법 조항에 따르면, 판사는 '명백한 허위이고, 인위적이며, 대량으로 배포'된 허위정보, '다가오는 투표의 진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확하거나 허위인 사실의 주장이나 비판'에 해당하는 허위정보에 개입할 수 있다.  

아울러 '정보조작대처법'은 '시청각최고심의회'(CSA)에 외국 통제에 있는 서비스가 허위정보 유포를 통해 프랑스의 기본 이익을 해치는 경우 '서비스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선거 기간 외에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를 취하게 하는 협력 의무를 부여했다. 이때 플랫폼 사업자 통제권은 CSA에 있다. 

(CG=연합뉴스)

이에 대해 언론재단 연구팀은 "수많은 언론사와 언론단체, 언론학자, 야당 정치인은 이 법에 대해 '적용이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며,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사회는 '허위정보'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보조작대처법'은 허위정보를 '거짓정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검증 가능한 요소고 부족한 사실에 대한 모든 주장이나 비판'으로 규정하고 있다. 허위정보의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검열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어떤 장치도 없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판사가 허위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가릴 전문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보조작대처법'상 판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허위정보가 공표될 경우 긴급하게 플랫폼에 '모든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야 하고, 48시간 이내 진실성 여부를 파악해 필요한 경우 '삭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에 대해 유럽민주사회연합(RDSE) 의원들은 48시간 이내에 판사가 콘텐츠의 진실성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다가올 선거에서 콘텐츠가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부 전문가들은 판사에게 사실의 진실성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의 진실성 입증은 저널리즘의 영역이지 법관의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CSA 규제 권한 강화는 프랑스 언론법에 위배된다. 프랑스 언론법은 외국 출판물을 국내 출판물처럼 취급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정보조작대처법'은 CSA가 '외국의 영향력 아래 국가의 근본적인 이익을 훼손하고 있는' 채널과 사이트에서 정보게시를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CSA의 규제 권한 내용에 대해서도 '외국의 영향력에 대한 기준이 너무 애매하고 임의적'이라는 비판이 따라 붙는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프랑스에서 '정보조작대처법'이 효력을 발휘한 사례는 없다. 정보조작대처법은 2019년 선거에서 처음 적용됐는데, 당시 프랑스 정부는 허위정보 신고가 쇄도할 것을 예상해 세 팀의 판사그룹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 건만이 판사에게 회부됐다. 

이 한 건마저 '정보조작대처법'의 문제점을 증명하기 위한 의도적인 신고였다. 당시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노동절 시위 중 병원이 공격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소속 의원 2명이 해당 트위터 글을 허위정보라며 신고했다. 법원은 "내무부 장관이 작성한 메시지가 공격과 부상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과장은 실제 사실, 즉 시위대의 건물 침입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신고를 기각했다. 추후 공산당 의원 2명은 '정보조작대처법'의 비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무부 장관의 트위터 글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보조작대처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정보조작대처법'이 제정된 배경은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의 보도를 고리로 한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청년 실업률 상승과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회경제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음모론, 이슬람 혐오 발언, 반이민적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생산·유포됐다. 시민들이 언론이 아닌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이 같은 경향이 선거와 맞물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마크롱 후보 캠프의 재정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마크롱에게 동성애인이 있다", "알카에다가 지지하기로 한 대선주자는 마크롱이다", "러시아 정부는 마린 르펜의 당선을 돕고 있다" 등 프랑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허위정보가 유포됐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공청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유의동 단장, 조수진 의원, 이동관 위원장, 박성중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제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공청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유의동 단장, 조수진 의원, 이동관 위원장, 박성중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제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뉴스타파 보도의 경우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을 다루고 있다.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 씨가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중수2과장을 통해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는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에 1155억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조우형 씨는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조우형 씨는 대검 중수부로부터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관련 수사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우형 씨는 2014년 경찰 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직접 증언했고, 2015년 관련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는 지난 18일 방통심의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신속심의를 진행한 뒤 포털 사업자에게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를 삭제·차단하는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인터넷매체 가짜뉴스 감별사'를 맡는다. 

방통위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기준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방통심의위가 충분히 논의해서 '가짜뉴스'를 판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원은 정치권이 추천하며 여야 6대 3 구조를 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사법부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 가짜뉴스가 아닌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위헌적 검열제도'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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