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항고심에서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 효력 정지가 유지됐다.
서울고등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의 항고를 기각하면서 권 이사장의 본안소송(해임처분 취소 사건) 승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방통위가 제시한 권 이사장 해임사유는 ▲MBC 관리·감독 의무 해태 ▲MBC 사장 후보자 부실 검증 ▲MBC 사장 후보자 특별감사 관련 방문진 이사 참관인 파견 ▲감사원 감사방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다.
이에 권 이사장은 ▲MBC 경영손실은 이사장 부임 이전에 일어난 일 ▲이사장 재임기간 MBC 영업이익 2021년 684억 원, 2022년 566억 원 ▲MBC 사장 선임은 시민평가단 평가와 이사회 논의 통해 결정 ▲사장 선임의 책임이 있는 방문진 이사 파견 ▲방문진 보유 자료 감사원 제출 등의 반박근거를 제시했다.
31일 서울고법 행정 8-1부(부장판사 정총령·조진구·신용호)는 결정문에서 방통위가 적시한 권 이사장 해임사유에 대해 "상당 부분은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했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달리 방문진 이사회가 그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권 이사장은 2021년 8월 13일 이사로 임명되었다"며 "해임사유 중 그보다 과거에 있었던 MBC 및 그 관계사의 경영상 잘못이나 방문진에 대한 감사지적 사항에 대해 과연 권 이사장이 관리·감독의무,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권 이사장 주장과 같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안형준 MBC 사장 후보자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을 부실검증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건발생)당시에는 그러한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MBC 특별감사에서도 법령위반 여부에 대해 법적 판단이 없어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MBC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해태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 내부 논의 결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안 사장 후보자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은 방문진법에서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안형준 MBC 사장 후보자 특별감사와 관련해 김기중 이사를 참관인으로 파견한 게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를 관찰자로서 파견한 것에 불과하다 ▲파견된 이사가 MBC 특별감사 업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는 권 이사장의 주장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방문진이 감사원에 MBC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감사방해이자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한 권 이사장의 반박이 본안소송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MBC 자료는 MBC가 회수하기로 했던 문건으로 방문진 관리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문진이 MBC를 대신해 감사원에 MBC 자료를 전달할 권한과 책임은 없다 등의 권 이사장 주장을 결정문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권 이사장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기는 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법령 위반 사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권 이사장의 공공기록물관리법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뿐이고, MBC 보유 자료의 경우 MBC를 통해 직접 확보할 수 있음에도 감사원은 방문진에게 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감사 지연을 방문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방통위가 제시한 해임사유가 대부분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그 자체로 타당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권 이사장의 직무수행이 MBC의 공정성, 공공성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역할에 부응하지 못해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권 이사장이 본안에서 승소할 가망이 전혀 없어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의 잔여임기 내에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 권 이사장의 해임이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해임 정지를 유지시켰다. 권 이사장이 해임된 이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자신이 입은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은 개인의 전문성, 사회 대표성 내지 가치관, 인격의 발현·신장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권 이사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손해가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권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본안사건의 재판절차가 마쳐질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점까지 보태어 보면, 권 이사장으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방통위가 권 이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하려 했고, 보궐이사를 임명해 방문진을 위법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는 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증명됐다는 근거에서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31일 성명을 내어 "권 이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했던 방통위의 위법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 고등법원 판결까지 나왔으니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위법사태를 빚은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하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부당노동행위로 벌금형이 확정된 최기화씨는 EBS 감사로 임명하고, 권 이사장은 당사자도 아닌 MBC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해임했던 방통위가 방문진법 위반을 초래한 사실이 더욱 명백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방통위는 지난 8월 21일 권 이사장 해임을 의결했고, 권 이사장은 당일 법원에 해임취소 소송과 해임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면서 "그럼에도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효력정지 신청 결과를 지켜보지 않았고, 이동관 위원장 취임일인 8월 28일 보궐이사 임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권태선 이사장 후임으로 김성근 보궐이사를 임명해 방문진 이사 10명이 되는 위법 상황을 초래했다. 현행 방문진법상 방문진 이사회는 9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31일 성명을 내어 "고등법원도 고개 저은 막가파식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라"면서 "방통위는 사법부 판단도 무시한 채 고집을 부려 혼란을 야기하고 예산마저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방송장악을 위해 사람부터 내쫓고 보자는 방통위의 답정너식 해임은 상식에도, 법에도 맞지 않는 월권이다. 결과도 나오지 않은 감사를 핑계로 2인의 '반쪽 방통위'가 의결한 해임은 법원까지 갈 것도 없는 몰상식한 결정이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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