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가 '최근 구성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조직원들과 논의 없이 구성됐다'며 감사실장을 비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조직 감사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박종현 감사실장이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 과도기라고 하지만 부정을 감시하는 감사실장이 방통심의위 사무 전반을 총괄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방통심의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무총장은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위원장이 임명하며 통상 외부 인사가 발탁됐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지난달 25일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체재의 방통심의위는 김진석 사무총장을 면직하고, 박종현 정책연구센터장에게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지난 8일 표결로 선출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대규모의 실·국장 인사를 단행하고 감사실장에 박종현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임명했다. 이종육 감사실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전했으며 정연주 위원장 체제에서의 방송심의국장, 기획조정실장, 디지털성범죄국장은 지역으로 전보됐다. 

박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최근 류희림이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구성’을 총괄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23일 성명을 내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구성에서 ‘주인공’에 대한 존중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며 “노조와의 소통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박 사무총장 직무대행에 대해 “위원회의 중대한 업무를 수행할 센터 구성을 왜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했는가”라며 “초등학교 집행부를 꾸려도 이렇게까지 대충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인사로 급하게 파견된 직원들뿐만 아니라 실무팀에 홀로 남게 된 직원의 업무 부담은 엄청날 것"이라며 "뻔히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밀어붙인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심의위지부는 류 위원장에게 “우리는 주인공인가, 아니면 ‘가짜’ 주인공인가”라고 반문하며 “구성원에 대한 존중 없이 형식만 갖춘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면 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위원장에게 익숙한 유학의 한 구절을 인용하겠다”면서 욕속즉부달(일을 급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루지 못한다)이라고 했다.

8일 류희림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8일 류희림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1일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심의에 나서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정이 불분명하며,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 보도에 대한 조정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방통심의위까지 심의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는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 인터넷 언론사의 콘텐츠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의거, ‘가짜뉴스'[허위조작뉴스(정보)] 관련 불법·유해정보 심의를 한다”며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업무와 서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규정을 위반 언론사의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방통심의위는 구체적으로 ▲방송심의소위원회 주 2회 확대 ▲가짜뉴스 신고 전용배너 표기 ▲가짜뉴스 원스톱 신고센터 시스템 구축 ▲‘가짜뉴스 심의대책추진단’ 신설▲포털 및 해외사업자와 협력 강화를 통한 자율규제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어 “디지털 시대에 신문과 인터넷신문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 사실상 모든 신문을 심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신문의 내용을 행정기구가 심의하는 민주국가는 없다.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의 행태가 독립기구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답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판단이 앞선 무분별한 가짜뉴스 색출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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