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김의철 전 KBS 사장이 이사회 해임 제청에 앞서 제출한 소명서에서 10가지의 해임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사장은 소명서에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불법적인 해임이라는 악습의 고리는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12일 오전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같은 날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제청안을 재가했다. 이날 여권 추천 이사들은 김의철 사장 해임 사유를 당초 제시한 10가지에서 6가지로 줄였다.
10가지 해임제청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 ▲불공정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직원 다수의 해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특정 노조 일색의 편향된 인사정책 ▲고액연봉 상위 직급자 개선 대책 미비 ▲부서장 임명 동의 대상 확대 단협 체결 ▲취임 당시 공약 이행 부진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강행 ▲남영진 이사장 해임 원인 제공 등이다.

김의철 전 사장은 10가지 해임 사유 중 ‘지난해 SBS는 1433억 원, MBC는 455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 대비 KBS는 90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당기순손실 118억 원)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방만 경영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총수입이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콘텐츠 제작비와 더불어, 특히 미디어텍 소송 1심 선고로 인한 사업 외 비용 258억 원이 2022년도 회계에 반영돼 부득이 1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사장은 2016년 회당 9억 원대였던 드라마 제작비가 2021년 30억 원대로 늘어난 점을 거론하며 “지난해 제작비를 전년 대비 615억 원 증액했으나, 여전히 국내 방송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사장은 ‘미디어택 소송 관련’ 258억 원은 실제 지출된 금액이 아니며 해당 비용을 제외하면 168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것이고, KBS의 사업 손익이 흑자였던 해는 2016년과 2017년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불공정 방송으로 대국민 신뢰 상실’ 주장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 실현은 저의 KBS 사장 취임 일성이었으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팩트체크 전담팀 신설, 부당개입신고 핫라인 설치를 했다”며 “성과들은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각종 조사 결과들이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사장은 근거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시청자평가지수 조사(KBS1 TV, 4년 연속 공정성 1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4년 연속 신뢰도 1위),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301개 사업자 중 시청 점유율 1위)를 내세웠다.
김 전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무대책’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야기된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에 대해 방송법시행령 개정령의 위헌성, 수신료 분리징수 목적의 부당성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관련 공문 전달, 기자회견, 법적 대응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했다”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다양한 파생적 문제(재정 악화, 2TV 재승인 등)들에 대해 사안별로 적절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이사회가 수신료 분리징수 대응에 대한 직무유기와 무대책을 사장 해임제청 사유로 적시하는 것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상실’ 주장에 대해 김 사장은 “사장 퇴진 찬성률이 협회에 따라 90%가 넘는 경우부터 50% 미만인 협회에까지 다양하게 분포하여 투표 결과가 일관되지 않는다”며 “직원의 투표 결과가 사장 해임 사유로 인정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은 사장이 직원들의 인기에 영합하여 경영권을 행사할 위험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또 김 사장은 “직원들의 불만을 겸허히 수용하고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고 있지만, 이로 인해 리더십이 붕괴했거나 업무 수행이 저해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최근 보도국장 3인이 모두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근거로 ‘편향된 인사정책’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결과적으로 충분히 내·외부의 오인과 비난을 유발할 수 있었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적임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한 사안으로 결코 특정 노조 위원장 출신을 우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통합뉴스룸 국장은 단협에 따라 양대 노조의 임명 동의를 거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고액연봉자 대책 미비’ 주장과 관련해 KBS 인건비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지난해는 전년 대비 4.5% 감소한 31.2%였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KBS의 평균임금은 동종업계인 SBS 추정 평균임금의 77.7% 수준이며 MBC의 83.6% 수준”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상위직급이 과다한 인력구조 개선을 노조와 협의했으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사안은 회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점을 양지해 달라”고 했다.
김 사장은 ‘공약 이행 부진’ 주장에 대해 “저의 경영계획은 ‘미래 경쟁력의 초석’ 정립, ‘KBS다운 콘텐츠’ 제작, 공공성, 독립성, 신뢰성 향상, ‘모두의 플랫폼’ 지향 4대 목표를 기반으로 20개 핵심추진 과제, 63개 사업으로 이루어있는데, 2023년 착수(또는 예정)된 사업까지 감안하면 52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김 사장은 ▲멀티 플랫폼 통계 포털 서비스 오픈 ▲자체 OTT역량 강화 ▲고품격 다큐멘터리·정통 대하드라마 제작 ▲재난미디어 서비스 체계 강화 ▲KBS 현대사 아카이브 구축 등을 사례로 들었다.
‘남영진 이사장 해임의 근본적 원인 제공’ 주장에 대해 김 사장은 “사유도 부적절하고 절차적으로도 무리하게 처리된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은 곧이어 저를 해임하고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기 위한 각본이 아닐 수 없다”며 “특히, 공사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여권 위주로 구성을 바꾸자마자 가장 먼저 저의 해임에 나선 것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끝으로 “지난 2명의 KBS 사장 해임에 대하여 사법부는 해임처분의 무효성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불법적인 해임이라는 악습의 고리는 이제 끊어내야 한다. 저 하나의 거취 문제를 넘어, 이것은 공영방송 존립 목적의 보장이고, 언론의 민주적 기능에 대한 안전판이며, 나아가서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역사 발전의 미미하나마 작은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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