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SK가 본격적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의 상생과 미디어업계 선순환을 위해 조성하겠다는 콘텐츠펀드를 4년간 5000억원 규모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애초 SK가 밝힌 규모는 1000억원이었다. 특히 SK는 인수합병 1년차에 3200억원을 집행할 것이라며 펀드 운영 초기 투자금의 대부분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과 인수합병 심사를 앞두고 ‘아군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일 SK브로드밴드는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 4층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합병법인은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향후 1년간 3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SK는 자신의 바람대로 4월 중 인수합병 심사가 끝나면 4월 중 제작사 및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담회, 5월 중 창업투자사 대상 펀드 설명회를 열고, 7월부터는 펀드를 결성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병법인이 1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7월까지 3200억원을 모아 이중 22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나머지 1000억원은 스타트업 활성화에 지원한다는 게 SK 계획이다. SK는 이후 회수한 투자금과 이익 등 1800억원을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8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4층 SUPEX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콘텐츠펀드 조성 및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오른쪽)와 윤석암 미디어사업부문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SK는 SUPEX홀 바깥에 칫솔살균기를 포장해 쌓아두고 퇴장하는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SK는 그 동안 콘텐츠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2014년 45억원, 2015년 65억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펀드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이인찬 대표이사는 “그 동안 콘텐츠 투자를 돌아보며 반성을 많이 했다. 인수합병이 이뤄져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VOD 콘텐츠를 만들겠다. 교양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SK가 펀드 규모를 상향 조정하고 것은 인수합병 심사를 앞두고 여론전을 위한 아군을 만들고, 콘텐츠사업자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윤석암 미디어사업본부장은 “드라마를 예로 들면 한국의 드라마는 1년에 100개 정도의 타이틀이 나온다. 지상파가 60 타이틀, 종편과 케이블이 40 타이틀이다. 3200억원이면 (1년 간 한국에서 나오는) 드라마의 50%를 제작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SK와 CJ의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첫해에만 3200억원의 제작지원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SK는 기자설명회 말미에 드라마제작사 대표, 애니메이션제작사 대표, 콘텐츠투자사 임원의 ‘지지’ 발언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는 합병이 지연되거나 정부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펀드 조성과 투자가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자주 언급했다. 이들이 콘텐츠 펀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연간 20~30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또는 제작지원)해 가입자를 확보·유지하는 것처럼 지상파, 종편과 손을 잡겠다는 뜻이다. 이인찬 대표는 “가입자 시청행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전에 제작사와 콘텐츠를 기획해 우리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콘텐츠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K가 지상파와 종편을 콕 짚어 파트너로 언급한 것은 이들의 보도권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인찬 대표는 공개적으로 “(펀드 초기) 콘텐츠 제작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는 지상파와 종편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과 같이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UHD 콘텐츠를 지상파와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의 ‘제값 받기’에 대해서도 “조만간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콘텐츠펀드 조성·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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