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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케이블 가지려면 노동 지역 공공성 제고 계획 내놔야땅도 안 짚고 헤엄치려는 모양새, 지금대로면 인허가 내줄 이유 없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18 20:05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두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14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부회장)가 직접 나서 독점과 요금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에 ‘통합방송법 확정 이후’로 심사를 미룰 것을 촉구했다. SK가 합병 후 3년 이내 이동통신, 초고속, 결합상품 등 방송통신 시장을 독식할 것이고, 가입자를 가둬 가격이 인상되고, 2018년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최대 54.8%가 될 것이라는 게 유플러스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SK텔레콤 윤용철 PR실장은 1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사 이익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SK는 “인수합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당국에서 국제적 추세와 산업 발전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유플러스가 민감해하는 것은 이동통신 결합상품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가요금제의 LTE로 전환한 이후 이동전화 2회선에 가입하는 가입자에게 방송과 인터넷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내놓은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자료(2015년 6월 기준)를 보면, 이동전화 결합상품은 전체 결합상품의 17.5%밖에 안 된다. 유료방송가입자 전체 2835만명 중 496만명만이 방송 또는 인터넷을 이동전화와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요금이 비싼 이동전화를 방송, 인터넷과 결합해 요금 인하 효과를 보려는 이용자들 처지에서는 결합상품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동통신사에게는 82.5%의  시장이 열려 있는 셈이다. SK가 “CJ헬로비전 케이블 가입자에게도 SK의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권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이동전화 결합상품 점유율. 2015년 6월 기준.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중. (자료=SK텔레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업계는 SK와 KT의 양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사물인터넷의 중심 역할을 하는 방송통신 시장에서 이동통신 결합상품 점유율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 수준의 SK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LG유플러스 권영수 대표이사가 “SK는 이번 딜로 더욱 편하게, 땅 안 짚고도 손 쉽게 헤엄치려는 것”이라고 비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에서 이 외의 다른 목적을 찾기는 힘들다. CJ는 콘텐츠 생산, SK는 콘텐츠 유통에 집중하며 함께 1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그 금액은 CJ헬로비전의 연간 영업이익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SK는 망고도화에 5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CJ가 꾸준히 추진하던 것이다. ‘4만8천명의 고용유발 효과’ 또한 SK의 주장일뿐이다.

그런데 인수합병을 자신하는 SK가 대답을 피하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SK의 자신감대로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수합병을 승인하고 인허가를 내주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은 하나의 조직이 된다. SK와 CJ는 지역거점과 하도급업체를 통합 운영·관리해야 한다. 두 회사는 모두 영업·설치·수리 등 일상업무를 외주화했으나 문제는 지역사업자 CJ의 23개 권역에는 회사가 직접 지역영업을 총괄하는 직영조직이 있는데 반해 전국사업자 SK에는 직영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SK의 ‘행복센터’는 외주조직이고, CJ의 23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직영조직인 점이 다르다.

합병법인은 케이블, IPTV은 물론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동시에 서비스할 만큼 합병법인의 가장 밑단에 있는 지역조직은 같은 일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두 법인의 지역조직이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SK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직접고용이 될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CJ의 23개 SO가 관리하는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역시 직접고용돼야 한다. 조직통합 과정에서 외주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SK는 조직통합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SK는 그 동안 수차례 “외주화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으나, 조직통합 계획이 고용안정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정부에 제출하지 않는다면 심사에서 불리한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사업 초창기 SK브로드밴드가 지역센터 일부를 직접운영한 사례도 있다.

   
▲2015년 1월22일 서울시내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한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희망연대노동조합)

실제 SK가 미래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에는 ‘조직통합 운영 계획’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고 있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상무)은 15일 기자설명회에서 “정부와 논의하는 사안으로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외주화 정책 관련해서는 현재 상태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양사 모두 (지역센터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소속돼 있는데 바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는 “(기자의 질문은) ‘어떻게든 판매망을 통합하지 않겠느냐, (하도급업체)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인데 정부에 계획을 제출했다. 단기간에 조직을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다만 구조조정에 대해 궁금한 것이라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SK가 침묵하는 질문은 더 있다. 지역채널과 플랫폼 공공성에 관한 내용이다. 지역채널은 시청률은 미미하지만 가입자에게 지역의 뉴스를 보도하고 선거방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SK는 데이터홈쇼핑채널을 제외하곤 방송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 방송통신업계가 SK와 KT로 재편되는 것을 두고 ‘두 대기업에게 보도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준희, 심영섭 두 언론학 박사는 대안으로 ‘SK가 주도하는 지역뉴스 펀딩’을 제안했다. 플랫폼사업자가 돈을 대고 지역의 언론들이 모여 SO의 지역채널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SK는 이 같은 제안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또 방송통신융합을 선도하겠다면서도 플랫폼사업자가 더 많은 공적 재원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답변을 미루고 있다.

SK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한 이야기들은 모두 심사에 반영이 된다. 관련 규제의 적용 여부와 정부부처의 유권해석을 거쳐 판가름이 나겠지만, 미래부와 방통위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노동, 지역성, 공공성에 대한 SK의 계획이다. 이동통신업계 1위, 알뜰폰 업계 2위, IPTV 업계 2위 사업자인 SK가 1위 SO,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정부는 SK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방치해 심화시키고, 지역채널 운영에 대한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커질 덩치만큼 공적 역할을 강화하려 하지 않는다면 인허가를 내줄 이유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SK에 CJ의 케이블방송 가입자 410만3495명(2015년 9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85만3283명, 인터넷전화 가입자 69만3485명, 인터넷 가입자 87만2796명을 내어줄 이유가 전혀 없다. 앞선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 방송통신산업에서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사업자가 가져야 할 자세다.  

   
▲ (사진=SK텔레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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