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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 손에 쥔 SK, 최태원 사면 대가 ‘충성’ 할까[해설] ‘정부 인허가 사업’ 사고판 SK-CJ ‘거래’… 국회·정부 규제 의지가 관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04 14:34

“지난 주말에 난리가 났다.”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2일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료들이 KT와 LG유플러스의 ‘민원’을 접수하느라 바빴다고 털어 놓았다. 위성방송과 IPTV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KT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동통신업계 1위에 IPTV 업체를 갖고 있는 SK가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여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규제기관인 방통위와 미래부에서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정도다.

SK와 CJ의 미래전략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래다. CJ의 경우, 미디어산업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는 대신 ‘코웨이’ 인수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SK의 전략은 ‘방송통신 지배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목적이 분명하다. SK는 사상 초유로 IPTV와 케이블을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사업자가 될 수 있다. 업계 1위인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충성도 높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데리고 있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방송까지 전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업자들은 SK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방송통신 장악”이라고 비난하지만 현행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이들의 거래를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 방송법은 서로 다른 방송플랫폼을 동시에 소유하는 것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다. ‘입법공백’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이번 거래가불법은 아니다. 특수관계자 합산규제 등 가입자 점유율 규제에도 걸리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붙일 ‘조건’이 무엇일지 관건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거래와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99.9%다.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SK가 ‘IPTV’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CJ헬로비전을 한 회사로 합병하는 것을 반대하고,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IPTV와 케이블 사업을 따로 하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IPTV사업자 KT는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를 별도의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CJ헬로비전은 사정이 다르다. CJ가 소유한 23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제각각 별도의 법인이다. 또 이번 거래로 지주사 간판이 CJ헬로비전에서 SK로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면 SK 뜻대로 브로드밴드-헬로비전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측에 따르면 그렇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사업자들이 ‘정부 인허가 사업’을 사고판 것에 대해 국회가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4일 성명을 내고 “자본의 기술혁신을 규제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규제 공백, 입법 미비 상태가 속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용자-시청자-국민들의 권리와 공익이 시장 논리에 파묻히고 있다”며 “국회는 인수합병을 통해 보도채널 운영이 금지된 사업자가 보도기능을 행사하고 직접사용채널을 가질 수 없는 재벌 대기업이 사실상 방송에 진출하게 된 작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법개정 및 보완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서 더 따져봐야 할 부분은 ‘시장’일 것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방송통신업계의 독과점과 플랫폼 비대화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CJ헬로비전의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IPTV로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가입자 이탈이 없다고 가정하면 2500만 유료방송가입가구의 60% 가까이가 KT 아니면 SK 가입자가 되는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동통신-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사물인터넷 등의 결합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가입자 가두기’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통신업계는 앞으로 SK와 KT라는 거대 이통사로 양분될 것이 유력하다. 유플러스가 씨앤앰을 인수하는 걸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직접사용채널’이다. 케이블은 전국사업자 IPTV와 달리 지역독점사업자로 출발했다. 또 케이블은 지역채널을 제작하고 편성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선거방송도 맡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선 SK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지역채널 제작비를 줄일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SK가 지역채널을 또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경우 발생한다. SK그룹이 과거 정권의 특혜를 받아 성장했고 최근 최태원 회장이 사면복권되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가 정부에 친화적인 지역보도와 선거방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SK가 CJ헬로비전 원·하청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CJ헬로비전은 최근 수개월 동안 신규채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SK가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그 동안 대립해왔던 IPTV와 케이블 진영의 대립구도가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CJ의 방송콘텐츠를 특별대우 할지, 정부가 추가로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인수합병을 유도할지도 관심거리다. 어떤 의미에서든 SK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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