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통신단말기 제조 1위 국가였는데도 (국내용 단말기에서는) mp3 파일이 재생이 안 됐고, 와이파이 기능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수출품에서는 들어가 있었다. (통신사들이) 도시락, 멜론 뮤직 이런 것만 쓸 수 있게 mp3 확장자 다 떼라고 제조사에게 강요했다. 통신사가 제조사보다 우위에 있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 탄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탄생할 수 없었다. 통신3사 독과점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것은 통신3사가 아니라 ‘나(SKT) 혼자 다 해먹겠다’는 것이다”
_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심현덕 간사

국내 통신시장에서 50% 이상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SK텔레콤(이하 SKT)이 지난해 10월 말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 1위가 다른 업계 1위를 인수함으로써 통신뿐 아니라 방송 쪽까지 장악하는 ‘공룡 기업’이 탄생하면 결국 방송통신의 공공성이 파괴된다는 우려가 곧바로 제기됐다. 또한 지역케이블방송이었던 CJ헬로비전의 특성인 ‘지역성’이 훼손되고, 고용승계에 대한 확언이 없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축소되며, 가입 상품의 급작스런 변화 등을 포함해 이용자 선택권이 축소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높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손을 놓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참여연대·KT 새노조 등 총 14개 단체가 뭉쳐 출범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공동대표 김환균·전규찬·이해관, 이하 방송통신실천행동)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S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 15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SK 본사 앞에서 방송통신실천행동 주최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심현덕 간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이 위기를 맞을 수 있고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의 문제가 존재하며 △결합상품 확대에 따른 가입자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고 △방송의 지역성·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을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거대재벌이 통신과 방송 영역 집어삼키는 일”

방송통신실천행동 김환균 공동대표는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통신도 방송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윤만 추구해선 안 된다. (인수합병 시) 공공성은 파괴되고 국민들이 누려야 할 복지는 형편없이 파괴될 것”이라며 “지역성을 어떻게 살리고 여론다양성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CJ헬로비전의 많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 것인가. (SKT는) 여기에 대해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규찬 공동대표는 “정부, 국가가 묵살한 이용자와 소비자의 주권을 발언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죽어버린 미디어생태계를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미디어공공성’을 작살내는 미디어 독과점의 출현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며 “통신 제1재벌과 케이블 제1의 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것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데 ‘스탠더드’처럼 이뤄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그렇게 신뢰하는 신용평가기관들은 왜 인수합병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는지 미스터리”라며 “미디어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한 뒤,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심현덕 간사 역시 SKT의 ‘독과점 심화’를 지적했다. 심현덕 간사는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SKT가) 나 혼자 다 해먹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인수합병을 인가하게 된다면 미래산업 먹거리를 다 포기하고 SKT 하나만 살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다. 반드시 불허되어야 한다.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부디 새겨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 장지호 지부장은 “현재 통합방송법 입법이 진행 중이다. 이 방송법에 ‘인수합병 소유겸영’ 규제에 관한 법이 들어 있다. (법이 통과되기 전에)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이뤄져 선례가 남는다면 향후 시행령이 (이 결정을) 저절로 따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통합방송법 및 시행령이 이루어진 이후에 세심한 심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수합병 영향력 직접 받는 ‘노동자’와 ‘이용자’ 목소리는 사라져

SKT가 인수합병 이후 몇 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식의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하고, 당장 고용승계 문제가 걸려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김진규 지부장은 “저희 씨앤앰지부는 매각도 되기 전에 구조조정으로 109명이 해고돼 고용 쟁취하는 투쟁이 있었다. 티브로드 역시 매각 시도가 없던 회사이지만, 얼마 전 설날을 며칠 앞두고 30여명에 달하는 해고자가 발생했다. 매각과 인수합병이 없는 기업에서도 (해고가)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CJ헬로비전 협력사에는 2000여명이 넘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원청과 계약해지되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해 어떤 고용 보장도 하지 않으니 저희는 믿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보통신노조 정춘홍 위원장은 “SKT는 몇 조 투자하면 몇 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일자리를 없애면서 어떻게 새 일자리를 만들겠나.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와 관련해 해 왔던 것을 보면 얼마나 허구적인 얘기인지 알 수 있다”며 “더 이상 거짓으로 일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SBS, MBN, YTN 등 방송사 카메라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미디어스

서대문 가재울라듸오 장수정 대표는 “기존에도 가입자들은 콘텐츠나 채널 선택권을 보호받을 수 없었다. 돈을 내면서도 사업자들이 보라고 하는 일방적인 채널만 봐야 했다. 장기간 결합상품에 묶여 실질적 해지의 자유도 갖지 못했다. ‘지역 공공성’의 반영은 말뿐인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도 이랬는데 지역채널 운영 경험 자체가 없는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지역 공공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시청자들의 권리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확실하게 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15일은 미래부가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한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기자회견 직전 각종 문제점과 지적사항들,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의견서를 미래부에 제출했다. 오는 18일 오후 2시에는 참여연대 건물에서 방송통신실천행동이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설명하는 토론회 자리를 열고,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SKT 본사 앞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1인 시위를 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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