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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 케이블까지? 여론의 민주적 기능 훼손한다”[한국언론법학회 학술대회] 최우정 계명대 교수 “규모의 경제 실현? 방송 아닌 ‘통신’의 논리”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21 15:22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도기능을 갖고 있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소유규제,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규제만 있는 현행 방송법으로는 이번 인수합병을 규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방송법이 입법 취지와 방송의 특수성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SK가 이 같은 법적 공백을 이용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언론법학회(회장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지하2층 중회의실B에서 <미디어기업의 인수 합병과 방송법>을 주제로 신년 학술대회를 열었다.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는 ‘인수 합병과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주제로 발제했고,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방송통신기업 M&A 인가의 심사기준 및 절차에 대한 소고’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는 21일 한국언론법학회 학술대회에서 “방송법은 복잡하고 해석이 어렵지만 ‘특정사업자가 아닌 완전경쟁 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수적 다원성을 확보해 여론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현행 방송법은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소유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지 않다. 방송법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입법자가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법 내 규제가 ‘통신시장에서의 경쟁’ 논리에 따라 완화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SK가 내세우는 ‘방송통신 융합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서비스 질 향상’ 논리에 대해 “통신의 논리인 것이지 방송의 논리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최우정 교수 주장은 요컨대, 통신기업인 SK텔레콤이 ‘법의 회피’를 이용해 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인수한 뒤 IPTV사업자인 계열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서 방송시장에서 공룡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SK가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편성한 채널과) 프로그램이 안방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시청자의 권리와 기본권이 상실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경쟁논리와 산업적 논리를 다 빼고 공공성의 측면에서만 봤을 때 이번 인수합병과 현행 방송법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여론 형성’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방송법에 나온 심사기준은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가능성 △시청자 권익 보호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그밖에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CJ헬로비전이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탈락 여부를 결정할 만한 심사기준으로서) 의미가 없다. 세 번째 기준 또한 정량평가로 이루어지는데, 핵심은 ‘그밖에 사업 수해에 필요한 사항’이다. (내용이 모호한데) 유사한 행정처분을 보면 허가와 재허가 조건으로 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민수 교수 주장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유료방송사업자를 허가, 재허가하면서 제시한 조건이 심사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스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IPTV)‧위성방송사업자 각각에 대한 재허가 조건 및 최근 재허가 결정 당시 미래부가 붙인 조건’을 확인한 결과, 정부는 2013년 6월 이후 유료방송사업자 재허가 과정에서 △지역채널 강화 △협력업체와의 상생계획 제출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이 같은 공익적 심사가 가능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을 두고 굉장히 익숙한 공익론과 산업론이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우리가 유료방송시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정책을 결정할 시점이 됐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별로 상호진입을 제한할 것인지, 전체 시장에서 적정한 플레이어의 수를 제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법에는 지역매체를 보호하는 가치가 있다. 반면 IPTV법에는 (전국사업자의 지역사업자 인수합병에 대한) 별 다른 규제가 없다. 입법적 불비(제대로 정리되거나 갖추어 있지 않음)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불법일 수 있다. 과거 진통을 겪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락할 때도 미디어법을 만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 (사진=미디어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래 정책 방향 제시와 함께 이번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블과 IPTV가 동등하고 유효하게 경쟁할 수 있는지, 플랫폼 경쟁을 위한 투자가 인수합병만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공공성 지역성 다양성과 함께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부정적 효과가 치명적이라면 인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가 통합을 시도했고 정부가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케이블이 합종연횡을 하다 통신에 가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방송의 공공성 문제가 통신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 입증되지 않으면 동의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SK는 방송을 살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제도를 둘러싼 해석도 중요하지만 이번 거래의 이면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방송이 이동통신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에 검토해서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또 (SK와 KT 두 거대사업자로 시장이 재편되면) 다양한 중소채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의 공익성이 다르다고 우리가 인정한다면 심사기준도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방송영역을 관할하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의지다.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법학박사)는 “인가심사는 재량행위로서 인가여부 및 조건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허용된다는 측면에서 행정청은 장래 정부의 정책방향까지 고려해 심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정책의 장기적 방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익성 심사’를 할 수 없는 곤란함이 생긴다. 특히 정부는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이른바 ‘통합방송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게다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된 전후로 SK가 창조경제 등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점, SK가 선거를 앞두고 인수합병을 신청했다는 점, SK의 로비력을 막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성 심사는 형식에 그치고 국회도 견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유플러스와 KT 등 경쟁사업자들은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에 인수합병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반대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교수는 “인가 처분 시 기준이 되는 법령은 현재 시행 중인 법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래 예상규제를 인가처분의 직접적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변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 사전동의권’이다. 심사기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고, 이번 심사가 방송통신업계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 거래인 만큼 향후 유료방송사업자의 인수합병 심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이성엽 교수는 “별도의 법적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심사권을 제한하자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며 “방통위가 미래부와 동일한 수준으로 심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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