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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위기는 방송통신 전체 문제…SK ‘아픈 구석’ 찔러야지역센터 직영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계획 등에 사실상 고민 없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29 16:47

SK가 위기에 빠진 케이블을 살릴 ‘건강한 투자자’다? 방송통신업계가 KT와 SK 양강구도로 재편되면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이득이다? 결합상품 혜택을 누리지 못한 케이블 가입자에게 SK텔레콤 이동통신을 권유하면 고객의 ‘편익’이 늘어난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두고 업계는 주장,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하며 ‘줄타기’ 중이다. 허나, KT든 SK든 찬성이든 반대든 이번 거래가 ‘케이블의 위기’를 드러내는 것이고 유료방송업계에 추가적인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사진=SK텔레콤)

문제는 SK다. SK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의지만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속 빈 강정에 가깝다. SK는 CJ E&M과 같이 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 돈의 규모는 CJ헬로비전의 1년 영업이익에 불과하다. SK 또한 케이블망 고도화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CJ헬로비전은 이미 기가급 인터넷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인허가 사업인데 SK는 자꾸 ‘글로벌 경쟁력’을 이야기한다. 이명박 정부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며 종합편성채널을 만들 때의 기시감이 든다. 보수신문은 근사한 사업계획과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가장 기본적인 편성에서부터 약속은 틀어졌고, 미디어생태계와 공론장은 뒤틀렸다. SK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것도 이런 경험적 사실 때문이다.

특히 SK는 자신이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결단’이 필요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지역채널과 고용안정 문제, 그리고 미디어생태계를 위한 공적 의무 강화에 대한 입장은 불분명하다. SKC&C 팀장 출신으로 2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심포지움에서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고려대 김성철 교수(미디어학부) 또한 인수합병에 대한 조건으로 △지역채널 공정성 담보 △CJ헬로비전 원‧하청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시행 등을 제시했다. 김성철 교수는 특히 “(방송통신업계에는) 하청 문제도 있는데 대기업이 방송을 하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SK가 그 동안 내놓은 답변은 50점짜리였다. SK는 이달 초 기자설명회에서 지역채널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밝혔다. SK는 학계가 제안한 ‘지역 뉴스펀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SK는 또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게 플랫폼사업자가 방송통신발전기금 추가 부담 등 더 큰 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관련 법령을 준수하겠다”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만 내놓고 있다. SK의 전략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중심축이 ‘이동전화’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 가입자를 SK 결합상품으로 묶어두겠다는 것뿐이다.

특히 SK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직접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을 약속했으나, 기존의 하도급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미디어경영학회 심포지움에서 ‘인수합병을 하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지역조직을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일부 지역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고 안다. 인수합병을 하면 외주화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도급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것인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고용과 관련된 것은 기자설명회 때 드린 말씀뿐이다. 현재까지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성철 교수는 “케이블은 케이블을 넘어서야만 하지만 투자 여력도 의지도 없다. 통신자본이 들어와서 망을 고도화하고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SK의 전망은 케이블의 고민에도 미달한다. 김성철 교수가 ‘동네건달’에 비유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중에는 계열사를 통한 직접고용 방안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역별 뉴스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용자환경(UX)를 구축해왔다.

심지어 이용자에게도 좋지 않다. SK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고, IPTV 사업자가 케이블방송을 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 영역 모두에서 SK와 KT의 독과점이 심화된다. 김용수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방송권역에서 경쟁적 소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지배적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경우 (시장에서의) 가격인하 압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SK는 ‘글로벌 트렌드’와 ‘규모의 경제’ 같은 구호만 외치며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SK(와 찬성진영에서)는 자꾸 ‘빨리 하자’고 하는데 그럴 사안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최소 8개월에서 15개월이 걸린다.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대기업 몇몇이 남아 ‘땅따먹기’를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1996년 미국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만들어져서 인수합병이 많아졌는데, 미디어기업의 인수합병은 특정기업이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여론 다양성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이블은 분명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번 거래가 현실화되면 방송통신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재계서열 5위 대기업집단이 정부에 한 약속 내용이 동네건달이 갖고 있는 고민보다 깊이가 얕다는 것은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 같은 상황을 막으려면 SK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질문과 비판, 심사가 필요하다. 경쟁사업자들도 언론과 학계를 줄 세우고 단속할 때가 아니다. 재벌 간의 거래에서 정부와 언론이 공공성을 뽑아내려면 SK의 아픈 구석을 찔러야 한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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