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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금기 깬 이제훈, 모두를 살릴 수 있을까?[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3.06 10:46

한국드라마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 중에서 참 개선되기 힘든 것이 바로 용두사미 본능일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좋아하던 드라마도 마지막 한두 회는 거르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시그널>이라면 완전히 다르다. 이제 마지막 2회만을 남겨둔 시점을 망각할 정도로 사건과 인물들의 갈등이 수직상승 중이다. 맞다. 이런 것이 진짜 결말을 향한 전력질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작가는 시청자들 숨 막히지 말라고 잠깐 쉬어갈 틈도 주었다. 쩜오시절, 그러니까 이제 갓 형사가 되어 어리바리한 순경시절의 차수현이 결국 이재한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뭔가 웃긴데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마치 감정의 가위눌림이라도 당한 듯 감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47세의 김혜수가 어리고 순수한 20대 순경의 순정을 표현하는 장면에 감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아니 놀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본래도 그랬지만 <시그널>에서의 김혜수는 숨 쉬는 것조차도 멋졌다. 이에 질세라 후반으로 올수록 조진웅의 연기와 카리스마가 춤을 춘다. 날 선 칼날이 허공을 베어내는 듯한 날카로움과 또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칼에 찔린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상태로 병원문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봐왔던 터프 캅 그 누구보다 더 멋져 보였다.

여자는 당연히 반할 것이고, 남자라도 속으로 침을 꾹 삼킬지라도 반할 수밖에는 없는 모습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대중에게 조진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 <시그널>은 조진웅을 완벽한 스타의 자격을 입증한 작품이 될 것이다. 그의 나이로 봐서는 분명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기만성이라는 말은 마치 조진웅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천만 영화가 흔해진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영화계지만, 속으로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불안한 속사정이 비치고 있다. 게다가 멜로보다는 캐릭터가 강력한 인물을 찾는 영화계에 조진웅은 가장 완벽한 후보이자, 준비된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시그널> 속 곰 같은 형사 이재한은 다음 주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지만 이후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재한이 상처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를 흘리며 병원을 박차고 나간 것은 마침내 박해영이 이재한에게 진범을 잡기 위한 직접적인 단서를 전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날짜까지 밝혔다. 형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넘쳐 그만 지금까지 지켜왔던 금기를 스스로 깬 것이다. 그런데 박해영이 이재한에게 말한 2월 18일이 하필이면 교신을 하던 그날이었던 같았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이재한으로서는 자신의 상처 따위를 걱정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것은 너무도 큰 변수다. 또한 차수현이 박해영과 과거의 이재한이 망가진 무전기를 통해서 교신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갑자기 그 사실을 전부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차수현은 너무도 이재한이 그리웠던 탓인지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주로 달려간 이재한은 과연 박해영의 형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마도 당장 진범을 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박선우의 죽음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박해영이 단서를 에둘러 제공했어도 사건을 해결했던 이재한인데, 날짜와 장소까지 다 아는 상황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박해영은 과거와의 교신을 설명하면서 과거를 바꾸면 그 반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말했다. 이것이 복선이라면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이 된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대도사건에서 현재의 차수현을 살리자 과거에서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것이 순리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아는 박해영이 대단한 무리수를 둔 것인데, 시간에 역행한 반작용이 노리는 대상은 과연 누구일지가 문제다. 박해영일지 아니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차수현이 될지가 문제다.

이런 예상이 지금까지의 <시그널>의 전개 공식에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식을 깨더라도 차수현, 이재한, 박해영 셋이서 포스터의 그 모습 그대로 웃으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장면을 기대하게 된다. <시그널>은 '간절함이 보내온 신호'였다. 시청자들의 간절한 시그널이 작가에게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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