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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조진웅의 마지막 교신에 담긴 엄청난 비밀[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2.14 12:05

제 꾀에 넘어간 20년 전 대도사건의 진범이자, 자살로 위장된 살인범 한세규가 경찰 취조실에서 체포되었다. 형사물답지 않게 액션이 없는 시그널로서는 딱 맞는 체포 장소였다. 차수현과 박해영이 티격대면서도 환상의 호흡으로 살아있는 고인 신다혜(이은우)를 찾아냈고 그로 인해서 살인이 벌어진 날의 녹음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한세규의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이 기가 막혔다.

프로파일러 박해영은, 한세규가 재벌2세로 살면서 누구에게도 거절당하거나 져본 적 없는 성격을 파악하고 그를 역이용했다. 또한 그에 앞서 한세규와 내통하고 있음이 분명한 경찰 내부의 제5열인 반장 안치수(정해균)와 수사국장 김범주(장현성)을 역이용한 계략이 제대로 먹혔다. 박해영은 이미 충분히 의심스러운 반장과 수사국장에게 일부러 녹음 증거를 일부만 알렸던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누가 봐도 범인을 확정하지 못할 불충분한 증거에 불과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랬으니 경찰내부의 제5열도 방심하고, 한세규 역시 기세등등해서 제 발로 박해영을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취조실에서 한세규는 생각지도 못했고 미리 알지 못했던 내용으로 살인을 입증할 녹음내용은 물론이고 그를 뒷받침한 증인의 존재까지 드러냈다. 그리고 거기까지 말을 하고는 “그 전에 들은 것과 다른가 보죠? 이상하네요. 수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됐을 리가 없을 텐데...”하면서 취조실 옆방의 반장과 수사국장을 쳐다보는 박해영의 자신만만하고, 그들을 비웃는 표정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소시오패스 재벌2세가 마침내 체포되는 것보다 더 속이 후련한 장면이었다. 요즘 시쳇말로 사이다 원샷한 기분이랄까? 게다가 한세규를 궁지로 몬 것은 물론이고 한세규와 결탁한 반장과 수사국장에게 제대로 빅엿을 먹인 일석이조의 카운터 펀치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 차수현은 병원에서 신다혜를 취조실까지 데려왔다. 신다혜를 본 한세규는 질겁했다. 당연하다. 아무리 소시오패스라 할지라도 자신이 죽인 걸로 알고 있던 사람이 눈앞에 등장하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고, 그 바람에 자신이 죽였다는 자백까지 털어놓고 말았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러나 다분히 우연이 많이 개입되어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과정이라는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다. 무려 20년이나 덮여졌던 살인사건치고는 너무도 쉽게 풀린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보다는 반장과 수사국장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장면을 연출해낸 것이 더 의미가 크다. 동시에 박해영과 차수현에게 어떤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오는 불안도 생겼다. 20년 전 이재한(조진웅)형사를 안치수 지금의 형사반장이 총으로 쏜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 그렇지만 그간의 흐름으로 봤을 때 현재의 박해영은 간접적으로 과거를 바꿔왔다. 이제 이재한이 동료인 경찰로부터 살해당한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면 더 직접적으로 과거를 바꿔야 한다. 이재한을 구한다는 것은 안치수와 김범주에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2015년의 박해영과 차수현이 그들로부터의 위험에 빠질 원인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것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아니더라도 20년 전 이재한(조진웅)이 찾아낸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비리 자료를 삭제한 김범주로부터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르물은 시청자로 하여금 추리를 하게끔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추리는 결국 하나마나한 것이 돼야만 한다. 이런저런 추리가 틀려서 혼자서 괜히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작가와의 머리싸움에 진 것이 분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분은 좋아지는 패배이다.

이제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시그널을 정리한다면 향후 전개는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과연 이재한을 살릴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안치수가 이재한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재한이 죽었다고 단정 짓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이재한이 박해영에게 “그때는 경위님이 날 설득해야 합니다. 1989년의 이재한을.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 무전을 한 시점이 2000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1회에 다뤘던 어린이 유괴사건을 쫒다가 서형준의 사체를 발견하고는 실종된 것을 잘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의 힌트가 있다. 이재한은 마지막 교신을 한 후 무전기를 나무 뒤에 숨겼다. 곧 죽을 사람이 무전기를 숨긴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행동이다. 왜 그랬을까?

우선 이재한이 현재가 아닌 미래의 박해영과 교신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00년 이재한의 행동으로 보아 그것은 어떤 계기로 인해 교신의 년대가 바뀌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박해영만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박해영이 알게 될 때의 상황이 어떨지 구체적인 것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대단히 결정적이고, 치명적일 것만은 틀림없다. 그 상황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전율이 느껴질 지경이다. 과연 이재한은 살아서 돌아올 것인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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