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9.9.15 일 12:11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시그널’ 김혜수, 빠져들 수밖에 없는 신들린 연기가 남긴 것[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2.21 10:54

용두사미는 많은 드라마들의 치명적이고도 상습적인 문제였다. 그 늪에서 벗어난 드라마들이 오랫동안 명작으로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장안의 관심을 홀로 다 받고 있는 tvN 금토 드라마 시그널이 벌써 10회까지 왔다. 앞으로 3주면 끝이 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6회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봤을 때 진정 역대급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그보다는 남은 3주가 너무 아쉽고, 지난 5주가 너무도 빠르게만 느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용두사미는커녕 시그널은 매번 지난 에피소드를 능가한다. 대본, 연출 그리고 연기까지 시청자들로부터 매번 최고점을 넘는 점수를 받고 있다. 이런 경향이 갑자기 마지막에 가서 흐트러질 리는 없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사전제작이라는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좋은 작가와 연출 그리고 배우의 조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중국 판권 문제로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사전 제작되고 있지만 모두가 시그널처럼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닌 것이 반증이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초반 이제훈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제훈의 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제훈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훈의 강한 호흡의 연기가 차분한 김혜수의 톤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홀로 과거에 머무르며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조진웅은 그가 가장 강렬했던 뿌리깊은 나무의 무사 무휼을 뛰어넘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렇지만 진정으로 이 드라마에 김혜수가 아닌 다른 배우가 차수현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마치 1인2역처럼 20년 차이의 달라진 자신을 연기하는 김혜수를 대신할 배우를 언뜻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만도 참 대단한 변신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주 사건에서는 정말로 놀라운 연기를 보였다.

1997년의 차수현은 선배 이재한의 수사를 돕기 위해서 피해자 동선을 따라 다니다가 그만 범인에게 납치가 됐다. 범인의 집에서 탈출해 극적으로 이재한을 만난 후에 보이는 연기는 단연 이번 드라마의 압권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런 김혜수의 연기에 화답하는 연출도 영화 그 이상을 보는 것만큼의 상황 묘사를 해냈다. 그저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좋은 건 두 번”이라는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그 장면은 2015년의 차수현의 회상으로 더 등장했다. 보통 이런 식의 반복은 분량 늘이기로 짜증스럽기 십상인데 이번엔 달랐다. 온몸을 결박당하고, 얼굴엔 검은 비닐봉지가 덮여 있는 상황.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극한의 공포와 절실함이 현실처럼 그려진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재한을 만나 마침내 살게 됐을 때에 안도가 아닌 거의 발작수준의 김혜수의 연기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명연기였다. 극장에서 큰 화면과 묵직한 음향 속이었다면 더욱 실감났을 것이다. 김혜수의 이 장면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진웅이 첫사랑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그 사람이 남긴 영화표를 들고 극장을 찾아 소리 죽여 오열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김혜수의 탈출 장면과 더불어 시그널 명장면의 쌍두마차쯤 될 것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 명장면에 담긴 의미 역시 크다. 시그널의 두 형사는 보통의 형사들과 달리 자기 자신이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가거나 혹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범인에게 잃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복수라는 흔한 정서를 주입하려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제훈 역시 친형이 잘못된 수사로 목숨을 잃은 상처를 안고 있다. 시그널 형사 삼인방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시그널은 멋진 형사를 그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한, 그래서 “누군가는 잡아야 하(니까)”는 범인을 쫓는 것이다. 꼭 피해자가 되어볼 필요는 없지만 세상의 공권력이 이처럼 피해자를 위한 동기를 갖는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덜 억울하고, 덜 슬플 것이다. 김혜수의 명연기가 남긴 것은 바로 그 바람, 그 결핍을 역으로 말해주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19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