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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조진웅, 무사 무휼의 포효보다 강렬한 순정의 눈물[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1.31 10:59

조진웅은 무사 무휼로 훌쩍 큰 배우가 분명하다. 세종을 호위하며 그 왕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보이는 무사 무휼. 아마도 누가 했어도 조진웅만큼 그 인간적인 면을 잘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진웅은 무휼을 통해 특유의 너스레로 넉넉한 웃음까지 전해주는 배우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시그널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에도 조진웅이 뭔가 재미있는 요소를 전해줄 거라 지레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조진웅은 어쩌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다른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대단히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는 있었다. 미래와의 교신을 통해서도 자신이 사랑하던 여성을 구해내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한 아주 심각한 후유증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또한 아니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미래의 경찰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제훈)은 끈질긴 추격을 통해 범인 아버지를 협박하다가 살해당한 1989년 당시 버스안내양 정경순이 숨긴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이재한이 마지막 희생자였던 김원경(이시아)에게 선물했던 전기충격기. 희생자는 범인에게 끌려가면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했고, 정경순은 그것을 주워서 긴 세월 보관해왔던 것이다.

1989년의 이재한은 비록 범인으로부터 애인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미래에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증거를 남겼던 것이다. 그것이 긴 세월이 지난 후에라도 작은 위로가 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 시그널 4회의 주제는 위로였다. 아니 시그널 자체가 위로와 힐링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사건을 해결한 박해영은 혼자서 마지막 희생자 김원경의 이모를 찾았다. 그 집엔 아직도 조카의 사진이 거실에 걸려 있었다. 박해영의 희생자 유가족 방문은 다시 과거 이재한의 집을 찾은 이모의 회상으로 연결됐다. 이재한을 찾은 이모는 핸드백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것은 사건이 있기 얼마 전 김원경이 이재한에게 건네려다가 만 극장표였다. 주인을 잃은 극장표.

그리고 이모는 그때까지 이재한이 몰랐던 안타까운 사실을 전했다. 조카가 이재한을 참 많이 좋아했다는 말. 그래서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 이재한은 더욱 억장이 무너지게 된다. 그 표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눈물을 떨구는 이재한의 모습은 안타깝고 측은했다.

그 후 이재한은 극장을 찾았다. 하필 영화 제목은 개그맨. 두 자리 중에 한 자리가 빈 좌석은 그렇잖아도 썰렁해 보이는데 하필 코미디 영화라 다른 커플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대부분 커플인 관객들의 웃음은 더욱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그런 속에서 이재한은 영화를 보지 못한다. 남들이 웃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그 자리에 함께 있었어야 할 김원경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두들 웃는 그 행복한 곳에서 혼자 소리죽여 뜨겁게 오열하는 조진웅의 눈물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그때가 거의 마지막이었을 순정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대목에서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따라 울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 조진웅의 모습은 살인사건의 희생자 유가족이 겪는 슬픔과 고통을 압축한 것이고, 그것이 통했다면 그것은 곧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주고자 했던 위로가 통했다는 말일 것이다. 사건의 뒤편에는 세월에 덮여지지 않는 무거운 고통과 눈물이 있으며 작가는 그 아픔에 따뜻한 손을 얹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시그널은 또 다른 사건으로 시선을 옮길 것이다. 그러나 순정남자 이재한 아니 조진웅의 눈물을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참 못나게 울던 조진웅의 모습은 무사 무휼의 표효보다 더 강렬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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