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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너무도 아팠던 이제훈의 거짓말[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2.07 15:00

설마하니 그렇게 어설픈 장난이 복선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수현(김혜수)이 집에서 잘 때 조카들이 장난으로 이마에 죽었다는 낙서를 했다. 그저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좀 심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장난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렇게 무겁고 진지한 드라마에서 그렇게 장난스러운 복선은 가당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수현이 죽었다.

물론 살아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단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충격에 빠져들게 된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 벌써 깊이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교신이 불러오는 치명적인 부작용은 이제 법칙으로 굳어졌다. 이재한(조진웅)과 박해영(이제훈)이 사건에 대해서 교신을 하면 한 사람이 죽는데 지금까지는 과거의 사람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래 아니 현재의 사람, 그것도 차수현이 죽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차수현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충격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복선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이재한과 박해영의 교신으로 바뀐 과거가 현재에 큰 변화를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대도사건을 통해서는 마침내 현재에 치명적 영향 아니 비극을 가져왔다. 뭔가 이 드라마의 결말이 대단히 가슴 아프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복선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불안과 아픔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6회에는 드라마 내용을 떠나서 너무도 슬프고, 분노할 대사가 있었다. 차수현의 죽음 후 박해영은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1996년 대도사건의 진범 체포에 매달렸다. 진범이 잡히면 오경태가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의 차수현이 오경태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원래 미제사건이란 증거나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남부살인사건처럼 세월이 흘러 감식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되는 운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과거와 현재의 형사가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대도사건의 경우 힘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금수저님의 등장이었다. 이재한과 박해영의 교신 이후 누명을 쓰게 된 오경태였지만 거기에 결정적 역할은 했던 목격자가 진범일 가능성이 백퍼센트였다. 그러나 그 자는 검사장의 아들이었다. 경찰이 함부로 건드릴 대상이 아니었고, 오경태를 범인으로 몰아간 증거가 대단히 의심스럽지만 워낙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이기에 경찰은 그저 그 상황을 덮으려고만 한다. 억울하더라도 어디 하소연할 데라고는 없는 전과자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뜨겁지만 순수한 과거의 형사 이재한은 그런 상황이 너무도 화가 난다. 그래서 20년 후의 형사 박해영에게 묻는다. 20년쯤 지났으니 이제 세상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담긴 질문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박해영은 그렇지 않다고, 다르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만들면 된다고 말끝을 흐린다. 하긴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서 범인에게 접근조차 힘들어 화가 난 과거의 형사에게 지금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을 하기는 참 미안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은 변했을 세월이 흘렀어도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한이 그토록 궁금한 20년 후의 세상은 베테랑, 내부자들 같은 영화가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허구의 위안을 줄 뿐이다. 정의가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를 욕하겠는가.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20년 동안 이 세상을 조금도 변치 않게 방관한 조력자이니 말이다. 그래서 박해영의 거짓말은 너무도 아팠다. 형사판 송곳인 양 게으른 양심을 찌르는 대사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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