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후 김건희 특검'을 거론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격노'했다는 뉴스1 보도가 '불쾌감'으로 수정됐다. 조선일보 등이 '총선 후 특검'을 띄웠지만 대통령실은 "말도 안 된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상황이다. 

뉴스1이 25일 오전 게재한 <尹 '총선 후 특검' 보도에 격노…'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고심> 기사에서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의)독소조항과 시점을 제하면 (특검법을)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유력 보수지에까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그에 대해 대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뉴스1은 해당 기사의 제목을 <'총선 후 김건희 특검' 불쾌감 드러낸 용산…윤 대통령, 거부권 고심>으로 수정하고 여권 관계자의 통화 발언도 "대통령실에서 매우 불쾌해했던 것으로 안다"고 바꾸었다.  

뉴스1 12월 25일자 기사 수정 전 후 화면 갈무리 (네이버 뉴스)
뉴스1 12월 25일자 기사 수정 전 후 화면 갈무리 (네이버 뉴스)

이날 연합뉴스는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조건부 수용안에 격노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후 김건희 특검'에 대해 "조건부 수용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건부 수용안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정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이날 비공개 긴급협의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후 특검'안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총선을 겨냥해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우리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후 김건희 특검'은 조선일보가 띄웠다.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1면에 <'총선 후 김건희 특검' 급부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라며 '독소조항'을 거론하자 조선일보는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정략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만, 총선 이후 문제 조항을 수정한 새로운 특검법을 낼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김건희 특검’은 여야 합의 추천하고 총선 직후 실시로>에서 "무리한 특검법이지만 시중 여론이 많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납득할 수 없는 처신 탓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반발을 살 것이다.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당당히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12월 21일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12월 21일 사설 갈무리

'김건희 특검법'이 '총선 공세용 악법'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26일 사설 <한동훈 성패는 변화 의지와 통합의 정치력에 달렸다>에서 "더 큰 걸림돌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악법’으로 규정했고, 대통령실도 '총선을 겨냥한 흠집내기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과 수사 상황 생중계 등을 포함한 데다, 이번 법안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때문에 '법 앞에 예외없다'던 한 위원장의 기존 발언들이 '내로남불'로 비판받는 것"이라며 "차기 주자로 꼽히는 입장에서 벌써부터 총선 지휘봉을 잡게 된 절박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해법은 정공법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론 다수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답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김건희 특검법’ 수용이 윤석열 정부 국정쇄신 첫 걸음>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뒤 지난 3월 정의당이 별도 법안을 제출했고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며 "총선용 정치공세라기엔 1년여가 지난 '해묵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고, 국민의힘은 방해만 하다가 이제와서 '총선용'으로 규정하는 것은 게으른 비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특검, 총선용 흠집내기”라는 ‘용산’ 왜곡과 오만>에서 "아무리 김건희 특검법에 ‘총선용 공세’ 딱지를 씌워보려 한들, 이에 수긍할 국민은 많지 않다"며 "정말로 총선 활용이 문제였다면 얼마든지 그 전에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출범시킬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총선용' 운운은 핑계일 뿐, 오로지 김 여사 보호가 목적임을 누가 모르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명품 백 수수’ 추문이 불거지면서 보수층에서마저 특검 찬성 여론이 더 커진 것도 결국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용산 눈치만 본 여당 책임"이라며 "왜곡과 억지로 김 여사를 보위할 생각은 지금이라도 버리는 게 좋다"고 했다. 

지난 19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이 주요 사안마다 '격노'를 반복하는 데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충재 전 한국일보 고문은 지난 15일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또 격노했다>에서 "리더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반성하고 아랫사람은 다독이는 게 일반적 정서다. 부하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먼저 분노가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게 리더십의 원칙"이라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숱한 국정 실패에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잘했는데 밑에서 잘못해 일을 그르쳤다는 투"라고 지적했다. 

이 전 고문은 "윤 대통령의 격노는 '무례'와 '공격'의 다른 표현인 셈"이라며 "정작 윤 대통령이 분노할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왜 독선과 독단적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지, 왜 자신은 늘 옳다고 생각하는지, 왜 절제하고 자성하지 않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