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최재영 목사를) 매정하게 끊어내지 못해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 뇌물 의혹 사건에 대해 윤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정치 공작'이라는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없었다. 

지난 4일 녹화돼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진행자인 박장범 앵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파우치, 외국회사의 백. 그 백을 어떤 방문자가 여사를 만나 놓고가는 영상이 공개가 됐다"며 "국민들이 가장 먼저 의아했던 점은 당선 이후인데 어떻게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접근했을까, 의전과 경호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질문했다. 김건희 씨가 왜 스스럼 없이 명품백을 수수했는지, 대국민 사과를 할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관저에 입주하기 전 서초동 아파트에 살면서 경호·의전 시스템을 갖출 수 없었고, 최 목사가 김 씨 아버지와의 친분을 앞세워 통보를 하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도 마찬가지고,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사저에 있으면서 지하 사무실도 있다 보니, (최 목사가)자꾸 오겠다고 해서 그것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저에게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했더라면, 저는 아직 26년 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 있기 때문에 좀 더 단호하게 대했을 것"이라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여튼 좀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김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상세하게 설명드리기도 부정적인 상황이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는 정말 이것 하나만 가지고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그런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하여튼 지금은 관저에서 그런 것이 잘 관리될 뿐 아니라, 조금 더 선을 분명하게 하겠다"며 "국민들께서 여기에 대해 좀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해야될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명품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은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부르면서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됐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시계에다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걸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분명히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절하게까지야 누구를 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조금 더 분명하게,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을 해야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별감찰관을 도입하고,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는 것"이라며 "제2부속실은 비서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에는 (특별감찰관·제2부속실이)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제도든지간에 어떤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것인데 그걸 박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 씨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한 박 앵커의 마지막 질문은 "이 이슈로 부부싸움 하셨냐"였다. 윤 대통령은 "전혀 안 했다"고 답했다.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았다. '서울의소리'가 최 목사에게 명품 가방과 촬영을 위한 손목시계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제공했다. 최 목사는 같은 해 6월에도 180만 원 상당의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김 씨에게 선물했다고 주장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그 배우자가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품백 수수 논란은 김 씨의 인사개입 의혹으로 이어졌다. 최 목사는 "여사님이 대화를 하다가 전화가 오니까 받는데, 그 내용이 '뭐라고? 금융위원으로 임명하라고요?'라고 하면서 자기 앞에 메모지와 펜을 찾는데 없으니까 본인의 등 뒤에 있는 책상으로 이동하면서 뭘 적으면서 그 통화를 마무리하더라"라고 말했다.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직접 소통에 관한 질의에 "언론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문답)을 하다가 중단했는데 출근길에 기자들 안 보니 마음이 좀 편한가 아니면 섭섭한가'라는 질문에 "젊은 기자들을 출근길에 만나는 것이 아주 즐거웠지만 아침 도어스테핑이 저녁까지 종일 기사로 덮히다보니 각 부처 메시지 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 소통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여론도 많았다"며 "한 60회까지 하고 일단 중단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당의 지도부를 소홀히 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는 분석이 있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 중인 것들이 있지만 정치는 정치고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여야가)같이 (회담을)하든지, 먼저 대화를 나누고 대통령의 어떤 결심사항이 필요한 것이라든지 그런 단계가 됐을 때 같이 얘기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