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론의 해석은 크게 둘로 갈린다. 첫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을 둘러싼 예고된 갈등에서 용산 권력에 결국 밀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간 용산을 대변하는 친윤 인사들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해왔는데, ‘찐윤’ 인사들이 서울 강남 또는 영남권 등 편한 자리에 앞다퉈 공천을 신청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결국 ‘윤심공천’이 현실화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둘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희생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간 윤석열-한동훈 갈등 국면에서 용산이 빌미로 잡은 건 ‘사천’ 논란이다. 양측은 두 차례의 만남으로 일단 갈등을 봉합했지만 공천을 두고 다시 갈등을 벌이게 되면 ‘사천’ 얘기가 다시 불거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꼬투리를 잡힐 단서를 미리 제거한 거 아니냐는 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에 앞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김포=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에 앞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김포=연합뉴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국민들의 시선에선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거론하면 불이익을 받는구나’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리스크’ 6글자를 얘기하지 않았다면 논란도 불출마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에 호응하듯 배우자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 입장 표명이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을 사전 녹화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최씨(최재영 목사)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을 5일 기사에 실었다. 최씨가 집요하게 만남을 시도해 만나긴 했으나 부주의했다는 수준에서 유감을 밝혔다는 취지인데, 당연하게도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설명이다. 실제 대담 내용을 보고 평가해야겠지만, 이 정도 내용으로 김경율 비대위원 등의 문제제기가 해소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만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라고 하면, 김경율 비대위원은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고 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김경율 비대위원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추가로 문제제기 할 경우 이번에야말로 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지지율 추이로 확인했듯, 이 경우 용산과 여당은 말 그대로 공멸한다. 따라서 적어도 이 시점까지 평가하자면 용산과의 힘겨루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밀린 결과가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라는 해석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이제 남은 가능성, 김경율 비대위원의 ‘희생’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볼 차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히려 김경율 비대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용산 권력의 ‘사천’ 운운 공격에 정당성이 실리는 측면도 있다는 거다. 용산 입장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직접 ‘띄우는’ 후보에 대해 똑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 이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특정 인사에 힘을 싣는 식의 마케팅은 다소 어려워진 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윤심공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문제는 ‘윤심공천’을 막는다는 게 뭘 의미하냐는 것이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윤심공천’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관계처럼 전면적으로 대립하던 사이는 아닌 만큼, 누가 윤심 후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공천을 받으면 윤심 후보겠거니 하는 거다. 결국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가 판단을 가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4일 공개한 지역구 공천 신청자 명단을 보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등 잘 알려진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서울 강남구 을이나 부산 해운대구 갑 같은 여당 텃밭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들은 누가 뭐래도 ‘윤심’을 등에 업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들에 사실상 공천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들은 검찰 출신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도 가까울 것이다. 쉽게 말할 수 없는 문제란 뜻이다.

결국 총선 전에 공천이 아닌 다른 수단, 가령 김건희 여사 문제를 갖고 용산과 전면전을 치르든지, 아니면 총선 후에라도 국회나 당에 남아 용산과 본격적으로 대립하는 구도를 지금부터 만들지 않는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도 돌파구는 열리지 않는다는 거다. 언론이 공천 주도권 다툼의 하위변수로만 해설하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는 오히려 이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동훈의 홀로서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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