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신고자 색출에 “심의위원 자격뿐 아니라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조차 없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26일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어 자신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국가권익위원회 신고를 ‘개인정보 불법 유출’로 규정하고 “법적조처를 통해 민원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방통심의위 업무를 방해한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규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방통심의위는 “불법 유출된 정보에 근거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 하거나, 이를 확인 없이 인용 보도하는 행위는, 제2의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과 인용보도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류 위원장은 즉각 특별감찰반 구성을 지시하고 신고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직원들에게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시키고 불응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보도자료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류희림 청부 민원 의혹’)보도가 사실이라면 2018년 ‘셀프 민원’ 사건과 유사하게 또 다시 불공정심의가 자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방통심의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친인척의 명의를 이용해 민원을 제기한 김 모 팀장을 파면했다. 해당 팀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46건의 방송민원을 신청했으며 방통심의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13건의 법정제재, 14건의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김 모 팀장이 신청한 민원의 대부분은 당시 여당이 편향적이라고 문제제기한 프로그램들이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지부는 “심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위원회는 류 위원장의 비위 행위 의혹을 덮어주기에 급급하다”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해 위원장과 관련된 민원 현황과 심의·의결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함은 물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법과 절차에 맞추어 대응할 것인지 입장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내부 직원을 향한 명분 없는 특별감사로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히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이 시점에 우선해야 할 것은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는 것이 아닌 위원회 심의 체계를 모독한 위원장의 의혹에 대한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라고 꼬집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류 위원장은 위촉 이후 4개월 동안 가짜뉴스신속심의센터 설치, 인터넷 언론 심의, 이례적인 인사 등 법과 관례를 무시한 조치를 남발해 왔다”면서 “이제는 민원신청을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드러났다. 권력에 편승해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왜곡하며, 위원회의 심의 체계를 유린한 추악한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규탄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위원장은 공정한 심의를 해야 할 심의위원으로서의 자격뿐만 아니라,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조차 없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더 이상 지저분한 모습 보이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비실명 신고자의 위임을 받은 한 변호사는 류희림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한 직후 해당 보도를 인용한 KBS, MBC, JTBC, YTN에 대한 민원이 이어졌다.

과징금을 받은 5개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은 162건(64명 신청)이며 이 중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지인, 관련 단체 관계자가 제기한 민원(21명)이 57건(35.2%)에 달했다. 류 위원장의 동생, 동생의 부인, 아들, 처제, 동서, 조카 등 가족을 비롯해 동생이 운영하는 직원, 류 위원장이 사무총장과 대표로 재직했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직원, 관계자 등이 민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이해충돌 사안이며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과 셀프심의 및 관련 법 위반은 당장 파면해야 할 위법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당은 “범법행위를 저지르고서도 뻔뻔하게 방심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류희림 위원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기를 문란케 한 류 위원장을 당장 해촉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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