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협회장 방문신 SBS 사장)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의 정부광고 독점 대행 문제를 정책건의서에 담았다. 

방송협회는 정부광고 대행 기관을 매체 유형에 따라 복수로 지정하고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를 방송사업 진흥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광고 독점 대행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대행을 독점하면서 10%의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표지석(사진=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협회 표지석(사진=한국방송협회)

방송협회는 지난 20일 '방송협회 정책건의서'를 마련했다. 방송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건의서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방송·콘텐츠특위, 국민의힘 ICT 방송본부 등에 건의했던 내용을 보완한 정책자료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향후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에서 사업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방송협회가 정책건의서를 보완하면서 추가한 내용은 '정부광고 제도 개선'과 'AI 학습 저작권 침해 방지'다. 방송협회는 정부광고 대행 업무와 관련해 '매체 유형별 전문성을 고려해 복수 수탁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협회는 2018년 정부광고법 제정과 시행령을 통해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독점하고 있으며 수수료는 신문 등 인쇄매체 진흥에만 편향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제기했다.

방송협회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집행과정에서 실질적 역할 없이 '통행세' 격의 높은 정률의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2025년 언론재단 정부광고 수수료 예산 약 1,150억 원 중 언론진흥기금 출연금 비중이 약 26%, 언론재단 인건비/경비 비중이 23.7%에 달한다. 그 외 예산이 사용되는 언론진흥사업, 정부광고 진흥사업에서도 대부분 인쇄 매체 중심의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법 취지에 맞지 않게 방송 협찬도 정부광고로 해석해 언론재단 대행을 강제하고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광고법 제9조는 방송법에 따라 협찬고지를 한 경우에는 정부광고법상 '유사 정부광고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방송협회는 "문체부와 언론진흥재단이 주장하듯 '협찬고지가 정부광고'라면 정부광고법 제9조 단서의 의미는 '협찬고지는 정부광고이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논리모순을 발생시킨다"며 "정부광고가 ‘모든 홍보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정부광고법 제9조에서 '유사정부광고'의 개념을 도입하거나, 이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규정 또한 둘 이유가 없다. 또한 ‘광고’와 ‘협찬고지’를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는 방송법 체계와도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이에 방송협회는 정부광고를 대행할 수 있는 기관을 복수로 두고, '정부광고'와는 다른 '정부 협찬고지'를 언론재단이 대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방송협회는 "수탁기관 복수화를 통해 정부광고 서비스의 품질 향상 및 수수료 인하를 견인하고 실질적 역할 없는 기관의 '통행세 징수'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신문 등 인쇄매체에 극도로 편향된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그간 지원이 미미했던 방송·광고 진흥에 대한 지원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전체 정부광고 수수료의 26%가량이 신문 진흥 목적의 언론진흥기금으로 출연되고 있는 만큼, 그 외 정부광고 수수료 내에서는 신문 지원을 최소화하고 언론진흥기금 출연금과 유사한 규모로 방송산업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정부광고 수수료를 통해 할 수 있는 방송 진흥 사업으로 ▲방송사 자율심의 지원 ▲방송 기획취재보도 지원 ▲장애인 방송(폐쇄자막·한국수어방송·화면해설방송) 제작 지원 ▲재난방송 인프라 강화 ▲방송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 지원 ▲지역방송 지원(역량·지역공헌활동·유통망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은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 개선 ▲정부광고 중 방송광고부문 수수료 수익의 지역·중소방송사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학계에서 언론진흥기금을 지역방송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방송 관련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자치 시대 지역방송을 위한 제도적 실천과제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역방송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코바코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에서 지역중소방송 활성화 분과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갈무리

방송협회는 빅테크 기업 AI가 지상파 뉴스와 같은 저작물을 사전 동의 없이 대량으로 학습에 이용하고 있다며 인공지능기본법에 ▲AI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의무 ▲저작권법 준수 의무 등 콘텐트 권리자 보호 조항을 규정할 것을 건의했다. 

방송협회는 "네이버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콘텐츠 권리자의 사전 동의 없이 저작물을 대량으로 AI학습에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수집·활용하고 있는 자료는 단순한 정보 집합이 아닌, 고도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된 창작물이며 특히 지상파 뉴스 콘텐츠의 경우 정확성, 시의성, 사회적 가치, 정보 균형성을 모두 갖춘 고품질 학습 자원"이라고 했다. 

방송협회는 "해외 주요 AI기업(OpenAI, Google, Apple, 아마존 등)은 2023년 이후 언론 매체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여 콘텐츠 활용의 합법성과 정당한 보상 구조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어떠한 계약도 없이 무단 AI 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권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콘텐츠를 수집·활용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AI 기업이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코자 할 경우, 권리자와의 사전 협의 및 계약 체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방송협회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아래 미디어 규제 형평성을 개선할 것(수평적 규제체계) ▲방송광고 규제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프로그램 제목협찬 전면 허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용심의 규제 개선(자율규제) ▲편성비율 강제 규제 폐지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 MPP·OTT 확대 ▲지역·중소방송 지원 강화 등의 정책건의를 했다. 

방송협회는 "급변한 미디어 시장에서 방송산업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지상파 등 국내 방송미디어는 수십 년 전 규제 틀에 묶여 경쟁력을 상실 중인 반면 글로벌 OTT가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했다"며 "낡은 규제는 국내 방송미디어를 위축시키지만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며 '규제의 역설'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가 최소한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과도하고 낡은 규제를 조속히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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