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1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첫 심의 안건인 JTBC <뉴스룸> 오보에 대해 법정제재 전단계인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JTBC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서류심사 탈락자가 기탁금 1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잘못 보도한 영상을 삭제하고 ‘서류심사 탈락자에게 기탁금이 반환된다’는 국민의힘 입장을 글 기사로 처리했다. JTBC 심의 민원인은 국민의힘이다.
한균태 선방심의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제재를 취소한 법원 판단과 관련해 "부장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세상"이라며 "참고는 하되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1대 대선 선방심의위는 30일 회의를 열고 JTBC <뉴스룸>(4월 16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뉴스룸>은 앵커·기자 대담 코너에서 ‘하루 끝인데 1억을 태워?’라는 제목으로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소식을 다뤘다.
JTBC 기자는 “국민의힘 1차 경선 진출자 8명이 가려졌고, 3명이 컷오프 됐다”면서 “이 떨어진 3명, 경선 기탁금 1억 원을 내고 불과 하루 만에 서류심사에서 바로 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JTBC는 자료화면으로 영화 타짜의 “한 끗인데 5억을 태워?” 장면을 사용했다.
JTBC 기자는 “제가 컷오프 당사자하고 직접 통화를 좀 해 봤다”면서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후보 등록 당시 기준이) 나왔다면은 제가 등록을 했겠나”라는 정일권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 탈락자의 발언을 실었다. JTBC 기자는 “여야 모두 대선 후보 경선 기탁금, 수억 원대로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민주당은 4억 원, 국민의힘은 경선 통과할 때마다 1억씩 내게 해놨다. 경선비용으로 충당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아무나 등록하지 못하게 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JTBC 기자는 “이번 주말에 TV토론이 한 번 있고, 이 뒤에 또 4명이 떨어진다”면서 “탈락자 4명은 TV토론 한 번 하는 데 총 1억 원을 쓰는 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1차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는 3명의 기탁금은 반환됨에도, 반환되지 않는 것처럼 왜곡해 희화화했다”면서 선방심의위 규정 위반으로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JTBC는 국민의힘 입장 발표 이후, 영상을 삭제했으며 글 기사 하단에 국민의힘 입장을 붙였다.

한균태 위원장은 “팩트체킹이 이뤄지지 않은 게 근원적 문제”라면서 “자꾸 뉴스를 희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시청률에 연연하다보니 (뉴스를)드라마처럼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기성 언론에서 이런 덜 객관적인 내용이 나오면 SNS에서 허위뉴스로 만들어질 여지가 크다”면서 “신속하게 정정보도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심각해질 (선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심각하게 들여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기성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위원은 “기자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작물”이라며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다. 데스크는 물론이고 제작진 사이에서도 팩트체크가 안 됐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형근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내용의 구성을 보면 다분히 편파적인 게 보인다”면서 “영화 클립 사용은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 경선 참여자가 (기자에게)이야기를 했더라도, 국민의힘 사무처에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했다면 이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오류를 했다는 것이 심각하다”면서 “유튜브 등 제3미디어에서 가짜뉴스가 난무하는데 지상파와 종편은 중심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미정(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은 “명백한 심의 규정 위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어떤 특정 정당에 대한 문제제기보다는 기탁금을 내는 이유, 기탁금의 무게라는 정보 전달 차원에서 의미 있는 보도"라며 "사실 확인이 미비했지만 악의성이 없어 보이고, 빠르게 정정을 했다는 점에서 무거운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인덕 위원(한국소통학회 추천)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편파적이지 않았고, 경선기탁금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문제는 있지만, 악의적인 방송 내용은 아니었다. 실수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방심의위원들은 사무처가 ‘제작진 의견진술’ 절차 이후, '행정지도' 제재를 의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전원 의견으로 JTBC 의견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회의 말미 송인덕 위원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관계자 징계' 처분 취소 판결을 거론하며 “(재판부가) ‘제재 수위가 재량권을 넘어 남용됐다’는 표현을 했다”면서 “법원에서 이런 판결을 또 받지 않으려면 과거 대선 선방심의위 결과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균태 위원장은 “재량권 일탈이냐 아니냐는 판사의 성향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하나의 참고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다 아시는 것처럼 똑같은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부장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세상이 도래했다. 참고는 하되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중징계 무효 소송 재판부는 22대 총선선방심의위가 선거방송이 아닌 방송을 심의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설령 이 사건 방송에서 이루어진 발언 전부 또는 일부가 선방심의위 심의 대상이 되는 '선거방송'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그 위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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