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요지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전 대통령 윤석열 씨가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과 불법 계엄에 대한 반성 없이 국론분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제기된다. 윤석열 씨의 메시지를 옮기는 국민의힘에 대해 "대선 포기했냐"는 경고음이 보수언론에서 나온다.

지난 6일 윤 씨는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변호인단'을 향해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씨는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 오늘의 현실이 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달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 힘냅시다!"라고 했다. 윤 씨는 거리와 교정에서 '청년'들의 외침을 들었다며 "한 분 한 분의 뜨거운 나라 사랑에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윤 씨는 지난 4일 헌재의 파면 선고 후 메시지에서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서만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윤 씨의 메시지를 언론에 전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대통령 관저를 찾아 면담했다. 윤 씨는 이 자리에서 "대선 관련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1시간가량 차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나 의원은 "재판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7일 중앙일보는 사설 <탄핵 후에도 반성 모르는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서 "이번에도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불복 수위를 더 높였다는 느낌마저 든다"며 "윤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한 계엄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중략)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이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메시지 대신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결집에 매달리는 자세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월 13일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함성을 기억한다'는 입장에 대해 "승복과 화합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에게 윤 전 대통령은 헌재와 재판관들에 대한 협박이 난무했던 집회를 감사의 대상으로 들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표적인 '헌재 협박' 사례로 전한길 씨의 발언을 들었다. 전 씨는 집회에서 "만약 (헌재가)국민의 뜻을 저버린다면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헌재를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탄핵을 인용한다면 헌재는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에 대해 "대선 포기했나"라며 "윤 전 대통령의 불복에 맞장구치는 모습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비상계엄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였다는 헌재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는 관저를 찾아가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는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옮겼다"며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국정 혼란에 책임져야 할 정당으로서 후안무치한 행태다. 당 일각에선 아직도 김상욱 의원 등 계엄에 반대했던 당내 인사들을 성토하고 있다니 어이없다"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헌재 ‘전원일치’ 결정이 나라도 보수도 구했다>에서 "국민의힘 안에는 여전히 헌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일부 보수단체는 ‘헌재 해산’까지 외친다. 윤 전 대통령 역시 파면 이후에도 승복 메시지 없이 지지 세력 결집을 노리고 있다"며 "하지만 진정 보수라면 오히려 헌재에 더욱 고마워해야 한다. 자칫 극우 세력에 휩쓸려갈 뻔한 보수를 구한 것은 그 전원일치 결론"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승복 거부 지지자 선동 尹의 미망, 국민의힘이 차단해야>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자를 선동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미망에 빠져 있다"며 "위헌·위법적 계엄 옹호를 ‘자유와 주권 수호’나 ‘위대한 역사’로 호도한 것은 터무니없는 판단 착오지만, 극우성향 청년들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보다 단호히 절연해야만 미래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파면 이후 당 지도부가 불법 계엄에 대해 사과했으나 그것으로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며 " 윤 전 대통령 폭주를 막지 못해 보수 대통령 두 명이 연달아 파면된 참사가 벌어진 이유를 깊이 성찰하고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도 계속해야 한다.(중략)국민의힘 내에서 탄핵찬성파 색출·보복 타령이 계속된다면 국민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尹, 정치 행보 자제하고 수사·재판에 성실히 임하라>에서 윤 전 대통령 입장에 대해 "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지지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는 파면 사유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국민의힘에 "자성, 자숙은커녕 탄핵 찬성자 색출론이 나온다니 어이없다.(중략) 4·2 재보궐선거의 회초리가 아프지 않았나 보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내란 동조’ 사과 없이 ‘대선 발동’, 국민들은 기억한다>에서 "국민의힘 내부를 보면, 여전히 ‘탄핵 찬성’ 의원들을 공격하거나 ‘대선 승리’에만 목을 매는 모습을 또다시 보인다"며 "순서가 잘못됐다. 지금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하기에 앞서 진심으로 사죄하고, 도대체 무엇이 잘못인지 성찰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한겨레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며 '대선 승리'를 외치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치유의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며 차기 대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새누리당) 소속 대통령이 연이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탄핵당했다.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사례는 없다"며 "'차기 대선'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재구속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반성 없이 지지층만 챙기는 윤석열, 재구속하라>에서 "윤석열 파면을 계기로 국민들은 화합의 길로 나가자는데, 끝까지 내 편만 챙긴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남았다"며 "윤석열이 잘못을 뉘우치리 생각이 없다면, 도리 없다. 법의 준엄한 심판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씨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외에도 공천개입, 체포방해 등의 의혹에 휩싸여 있다며 "검찰·경찰·공수처는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민간인 윤석열’을 엄정 수사해 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인사들을 관저에 불러 '대선' 운운한 데 대해 "국헌을 흔든 내란 수괴가 정권 연장을 호소할 염치가 있는가"라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8면 전체에 전한길 씨 인터뷰를 실었다. 전 씨는 조선일보에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주의 범위 내에서, 헌법 가치 안에서 저항해야 한다"며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기고 개헌(改憲)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 아니겠나. 윤 전 대통령도 그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2030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라는 조선일보 질문에 "선거는 결국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냐 친중 종북이냐, 자유주의냐 사회주의냐,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 남녀 존중이냐 남녀 갈등이냐, 세대 통합이냐 세대 갈등이냐"라며 "이제부터 2030 세대와 국민에게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으시냐’고 끊임없이 질문하겠다"고 했다. 전 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청년 세대와 중도층에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실체를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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