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없이 지연되자 안면을 바꿔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나섰다. 급기야 '계몽령'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 당 지도부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4일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내란 정당' 본색을 드러내느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반대'를 목적으로 계엄 옹호와 윤 대통령 복귀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커지는 '뜻밖의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덕에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나라의 운명과 연동됐다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의 막가파식 의회 독재와 입법 내란을 보면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며 "지금 국민들은 누가 진짜 내란 세력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런 광란의 폭주를 막고 외교·안보를 비롯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조속히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정부를 겁박하고 헌재를 압박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민주당의 오만한 시도가 대통령 직무 복귀에 당위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국무위원들을 탄핵하겠다'고 예고한 민주당 초선 의원 70명과 이 대표를 내란음모 혐의로 고발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취임하면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 2월 관훈토론에서는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소속 의원들이 극우집회에 참석, '헌재 때려 부수자'는 막말을 해도 개별 의원들의 판단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1일 경향신문은 사설 <“계엄은 잘못”이라던 입장까지 바꾸는 국민의힘>에서 "'내란 정당'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탄핵 기각에 당 명운을 걸겠다는 것인가"라며 "최소한의 이성과 도덕률마저 상실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권 비대위원장이 '윤석열의 계몽령' 주장에 동조했다며 "누구도 납득 못할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를 결딴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건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요건도 못 갖춘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파괴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비상계엄 망동을 부린 윤석열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복귀한다면 헌정 파괴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범죄를 비호하는 정당은 국민을 대의할 자격이 없다"며 "그들 역시 헌법적 단죄를 받아야 할 내란 정당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이러한 표변은 탄핵 정국의 중대 고비로 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무죄 판결 후 도드라진다. 공당의 자세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일보 나광현 기자는 기자수첩 <사과 세 달 만에 계엄 합리화한 권영세, '계몽령' 답습할 텐가>에서 비상계엄에 고개 숙였던 권 비대위원장이 '적반하장'으로 민주당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계몽령' 표현만 안 썼다 뿐이지, 그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비판했다.
나 기자는 계엄으로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실체를 깨달았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 뇌리엔 계엄의 기억이 선명하다. 계엄군 헬기가 국회에 내려앉고, 총을 찬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며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나 기자는 "여당이 '내란 정당' 프레임을 야당에 넘기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자신들도 '잘못됐다'고 인정한 계엄 해제 표결 순간에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본회의장에 자리하지 않았다는 역사도 변하지 않는다. 상대에 '내란' 딱지를 붙이기 전 스스로의 과오를 충분히 돌아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이영미 영상센터장은 칼럼 <헌재 선고를 기다리며>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을 키워 비상계엄 사태의 수습을 혼란스럽게 만든 주체로 국민의힘을 꼽았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반대'라는 단 하나의 전제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극우에 기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현 시점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탄핵은 불가하다"는 현직 국회의원의 글을 보고 여권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무슨 계산을 해왔는지 이해했다고 했다. 해당 글은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이재명 대표 항소심 무죄 선고 후 SNS에 쓴 글이다.

이 센터장은 "그러고 보면 이 정부 내내 그랬다. '이재명을 막자'는 모든 차이를 넘여 여권을 뭉치게 한 치트키였다"며 "시선도, 관심도, 목표도 온통 이재명.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라면 이 대표 재판 결과를 탄핵 찬반의 논거로 삼는 것도, 그걸 공개 고백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게 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이런 결기는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추측만 할 뿐"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이 같은 국민의힘 정략이 오히려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이 대표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중략)아이러니한 건 여당의 집요함이 낳은 뜻밖의 효과"라며 "여권 전체가 나서서 제1야당 대표의 존재와 탄핵 찬반을 엮은 덕에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정치 생명은 나라의 운명과 연동돼 버렸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여권이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윤 대통령 복귀와 동의어로 만든 마당에 대통령 복귀를 용인할 수 없는 유권자 다수는 이 대표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게 정말 국민의힘이 의도한 대선 플랜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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